[사설]용산 참사, 책임 소재 가리되 政爭化는 안 된다

  • 입력 2009년 1월 21일 02시 56분


어제 서울 용산의 재개발 예정지역 건물에서 점거농성 중이던 철거민들을 경찰이 해산하는 과정에서 철거민 5명과 경찰관 1명이 사망했다. 농성자 20여 명은 전날 새벽부터 5층 건물 옥상에서 화염병과 시너 염산 액화석유가스(LPG)통 등을 동원해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철거민들은 건물 외벽을 깨 파편을 도로로 던졌고 경찰을 향해 새총으로 골프공을 쏘고 화염병을 던졌다.

경찰은 철거민들이 화공약품을 뿌려 독한 냄새가 인근에 퍼지고, 농성장 주변 교통 체증이 극심해져 주민의 민원이 빗발치자 진압작전에 나섰다. 그러나 경찰의 미숙한 작전에도 잘못이 있다. 경찰은 강력한 인화물질이 다량으로 쌓여 있는 데다 컨테이너로 3층 망루까지 쌓은 극렬 시위 현장의 불상사 가능성에 치밀하게 대비하지 못했다. 정당한 법 집행조차도 정쟁(政爭)과 사태 악화의 빌미가 된다는 점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우리나라 현실이다.

이제 정부는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참사 발생까지의 모든 경위를 정확하고 소상하게 밝혀내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철저한 수사를 통해 인화물질 반입 주동자와 불을 붙인 방화범을 잡아야 한다. ‘전국철거민연합’이 이번 과격 시위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밝혀내야 한다. 전철련은 1999년 철거민 시위 현장에서 사제(私製) 총 사용 논란을 빚었고, 2000년에는 당시 여당이던 새천년민주당 당사를 점거하고 화염방사기를 쏜 적도 있다. 이들 지도부가 선의의 빈민운동을 벌이는 것인지, 아니면 폭력 선동을 통해 사회혼란을 꾀하는 것인지 규명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1·19 개각으로 집권 2년차의 새 출발을 준비하는 시점에 이런 불행한 일이 터졌다. 민주당은 즉각 ‘권력형 참사’로 규정하고 행정안전부 장관과 서울경찰청장 파면을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야당도 진상 규명을 지켜보고 이런 참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돕는 게 책임 있는 자세다. 이 사고를 구실로 사회갈등을 부추기거나 제2의 촛불로 확산시키려는 세력이 있다면 의도가 불순하다. 법과 질서가 송두리째 무너지면 결국은 절대 다수의 국민이 피해자가 된다. 물론 정부는 어떤 진실도 숨겨서는 안 된다. 또 후속 대책에 시간을 끌거나 소극적이어서는 사태를 악화시킬 우려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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