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고성종]‘걷고 싶은 거리’ 지역특성 살려야

  • 입력 2009년 1월 17일 02시 58분


요즘 서울의 신촌 홍익대 명동을 비롯해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드는 중이다. 서울 양천구와 강원 양구군은 공모를 통해 거리 조성사업을 추진하며 경남 진주시는 32km의 거리를 전문가와 시민이 함께 만든다고 한다. 스페인 카미노데 산티아고가 982km를 세계인이 걷는 거리로 만들었듯 서울에서 남쪽 끝까지 500km의 거리를 ‘걷고 싶은 거리’로 바꾸면 어떨까. 무엇보다 걷고 싶은 거리의 정확한 정의가 필요하다.

도심에서의 거리 유형으로는 인도(보행자를 위한 거리), 차도(차량을 위한 거리), 특수한 거리(대학로, 인사동거리, 압구정동 목동의 로데오거리), 자전거도로, 등산로, 걷고 싶은 거리(주민의 건강과 휴식을 위한 거리)를 들 수 있다. 국내에 생긴 걷고 싶은 거리는 제 기능을 한다고 보기 어렵다. 엄밀히 말하자면 걷고 싶은 거리가 거의 없다.

걷고 싶은 거리가 다른 지역 주민까지 불러들일 필요는 없다. 기본적으로 지역주민을 위한 거리로 계획하는 일이 중요하다. 쇼핑을 하거나 볼거리가 있는 특수한 거리와는 다르다. 지역만이 가진 특수한 조건, 문화적 배경, 주민의 삶의 방향이 담겨 주민만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어야 비로소 제 기능을 한다. 다른 지역을 모방하거나 더 흥미롭고 재미있게 꾸미는 데에 치중하지 말고 지역적 특성을 살리도록 계획해야 한다는 말이다. 언제나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고, 즐거움과 재미가 있고, 교육적인 이벤트와 에너지 창출이 어우러져 풍성한 만남과 여유를 제공하면 된다.

도심 속 사람은 많은 인파와 콘크리트 건물 및 철재 건물에 답답함을 느낀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테마가 있는 거리를 도심에 만들어 놓으면 어떨까.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는 이 쾌적한 공간으로 인해 삶의 생동감과 활력으로 바뀔 것이다. 첨단과학을 끌어들인 테마 거리는 숨 막히는 도시의 분위기를 시원하고 활기찬 얼굴로 바꿀 것이다. 다기능, 다목적, 첨단 미래 환경을 연출하는 거리가 돼야 한다.

잘 계획한 도시에는 사람이 몰린다. 지역경제가 활성화하고 많은 직업을 창출할 수 있으며 안전하고 정연한 질서를 만들 수 있다. 세계의 많은 도시는 도시환경디자인의 중요성을 깨닫고 걷고 싶은 거리를 재창출하고 있다. 주말에는 슬리퍼를 신고 휴식과 낭만과 문화행사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교외가 아니라 도심에 많이 생기기를 기대한다.

고성종 강릉대 교수 서울시 디자인서울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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