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유행은 참고만… 내 기업 체질 맞는 전략 창조하라

  • 입력 2009년 1월 17일 02시 58분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 마케팅 회사 ‘이장우 브랜드 마케팅 그룹’을 세운 이장우 대표 코치는 “기업 체질과 브랜드 속성을 무시하고 트렌드만 쫓는 마케팅 전략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최훈석  기자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 마케팅 회사 ‘이장우 브랜드 마케팅 그룹’을 세운 이장우 대표 코치는 “기업 체질과 브랜드 속성을 무시하고 트렌드만 쫓는 마케팅 전략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최훈석 기자
기업 대상 ‘마케팅 코칭’ 이장우 이메이션 글로벌 브랜드 총괄대표

“자기 브랜드 속성 따져 맞춤형 전략 수립 필요 무조건 남 따르면 망해

미래 마케팅의 핵심은 균일성 지니고 있으면서 동시에 차별성 주는 것”

“마케팅에 원칙(principle)은 있지만 법칙(law)은 없습니다. 유행을 좇아 최신 마케팅 기법만 따라 해서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제한된 예산 인력 시간으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기업 ‘체질’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3M에서 분사해 데이터 저장장치를 판매하는 다국적 기업 ‘이메이션’의 이장우 글로벌 브랜드 총괄대표는 마케팅 전략을 고민하는 국내 기업들에 이같이 충고했다.

이 대표는 최근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마케팅 회사 ‘이장우 브랜드 마케팅 그룹’을 세우고 기업을 대상으로 ‘마케팅 코칭’을 전파하고 나섰다.

그는 “마케팅은 남이 풀어줄 수 없는 숙제”라며 “기업이 주체가 되어 스스로 체력을 기르고 지속성을 가지도록 하는 데 마케팅 코칭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1982년 한국3M에 입사한 이 대표는 1994년 한국인 최초로 3M 본사의 인터내셔널 매니저가 됐다. 1996년 이메이션이 분사하면서 한국3M 부장에서 이메이션코리아의 최고경영자(CEO)로 파격 승진했으며 아시아태평양지역 본부장, 미국 사업본부장을 거쳐 2007년 글로벌 브랜드를 책임지는 총괄대표 자리에 올랐다.

이 대표는 22년 동안 브랜드 마케팅, 세일즈 등 다양한 분야의 강연 활동도 해왔다. 풍부한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한 그의 강의는 명강의로 평가받고 있다. 이 대표의 학력 또한 이채롭다. 경영학 박사, 예술학 박사 학위를 받은 데 이어 최근 디자인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이 대표는 “22년간의 강의와 27년간의 직장생활에서 얻은 브랜드 마케팅 경험과 전문성, 인맥 등을 ‘마케팅 코칭’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체계화했다”고 말했다.

―브랜드 마케팅 코칭이란 무엇인가. 왜 기업에 브랜드 마케팅 코칭이 필요한가.

“우리 회사를 비롯해 많은 기업이 많게는 연간 수백억 원을 쓰며 컨설팅을 받고 있다. 하지만 마케팅 컨설팅은 3개월 프로젝트로 진행될 때가 많고, 기업이 주인이 아니라 컨설턴트가 주가 되어 작업이 이뤄진다. 이러다 보니 연속성이 없을 때가 많다. 컨설팅은 기업의 문제 부위만 도려내는 ‘수술’과 같은 개념이다.

반면 마케팅 코칭은 체력을 보강하고, 기를 북돋워 주고, 정신을 수양하는 등 기업 체질 자체를 개선하는 한방 치료라고 할 수 있다. 최신 마케팅 기법보다는 기업 체질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찾아 주는 ‘사상(四象)’ 마케팅의 개념이다.

코칭은 회사가 주체가 되어 회사가 어떻게 마케팅을 해야 하는지 도와주는 방식이다. ‘브랜드 아이덴티티(BI)를 이렇게 바꾸라’고 답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왜 BI를 바꾸려고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기업 스스로 본질을 보고, 답을 찾도록 한다.

현재 대웅제약의 마케팅 코칭을 하고 있다. 기업이 코칭에 대한 주제를 직접 정하고, 모든 준비 작업도 직접 한다. BI 변경을 코칭 주제로 정했다면 기업과 코치가 각자 프로젝트를 준비해 온 뒤 서로 토의를 거쳐 답을 찾는다. 과제를 일방적으로 해결해주는 컨설팅과 달리 코치와 함께 직접 과제를 해결해가는 방식이다. 미팅을 하다 보면 BI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직원들이 브랜드 얘기를 했다가 가격 얘기를 했다가 디자인 얘기를 하는 등 오락가락한다. 하지만 코칭 과정에서 직원들의 실력은 자연스럽게 길러진다. 마케팅 코칭이 컨설팅 자체를 거부하는 건 아니다. 코칭 도중 컨설팅이 필요하다면 이에 대한 아이디어를 주고, 기업 체질에 맞는 컨설팅 회사를 추천해준다.”

―한국 기업의 브랜드 마케팅 문제점은 무엇인가.

“국내 기업은 자기 기업의 체질, 자기 브랜드의 속성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트렌드를 좇아 남을 따라 한다. 그러다 보니 마케팅에 전략이나 체계가 없고 낭비가 심하다.

나는 망하려면 ‘애플’과 ‘할리데이비슨’을 따라 하라고 말한다. 요즘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감성 마케팅이 시대 흐름이다. 감성 마케팅 안 하면 촌스럽게 보일 정도다. 나이키, 코카콜라처럼 소비자들의 감성이 배어 있는 글로벌 브랜드 리더들은 감성 마케팅이 통한다. 하지만 삼성이나 현대차가 미국 시장에서 애플을 따라 해서는 안 된다. 삼성, 현대는 미국 시장에서 ‘감성적(emotional)’ 브랜드가 아니라 아직도 제품의 성능, 가격을 강조해야 하는 ‘기능적(functional)’ 브랜드다.

맥주 브랜드 ‘맥스’는 감성 마케팅을 따르는 대신 브랜드 속성을 앞세운 마케팅으로 성공한 대표 사례다. 감성 브랜드인 ‘카스’와 ‘하이트’가 지배하는 맥주 시장에서 100% 몰트 맥주인 맥스는 ‘맛’이라는 속성을 내세웠다. 현재 맥스의 시장 점유율은 5%지만 다른 브랜드보다 소비자 충성도가 굉장히 높다. 만약 맥스가 카스나 하이트에 감성으로 맞섰다면 지금과 같은 충성도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기업은 제품, 카테고리, 경쟁 상황에 따라 자사의 브랜드가 소비자 감성을 요구하는 브랜드인지, 제품 속성을 강조해야 하는 기능적 브랜드인지 따져 체질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세워야 한다.”

―미래의 브랜드 마케팅은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보나.

“지금의 마케팅은 대개 과거에 얽매인다. 대부분 마케팅 관련 책들이 기업들의 과거 성공, 실패 사례에 집착한다. 하지만 마케팅은 미래를 보고 하는 것이다. 미래에 어떤 요소가 성공할 것인지를 파악해 이를 중심으로 마케팅 전략을 세워야 한다. ‘퓨처 브랜드 마케팅’을 주제로 현재 책을 준비하고 있는데 앞서 언급한 △애플 따라하지 말라 △속성을 팔아라 등의 주제가 포함될 것이다.

또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다르게 하라’라고 말하고 싶다. 오늘날 마케팅은 BI든 스토어 아이덴티티든 빵 찍듯이 똑같이 찍어 내고 있다. 과거에는 아이덴티티가 없거나 다른 게 문제였다. 하지만 요즘은 오히려 너무나 규격화된 게 문제다. 스타벅스나 레드망고를 가면 어디든 똑같다. 고객들이 이걸 좋아한다고 기업들이 착각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에 혐오감을 느끼고 있다. 한글 간판을 내건 스타벅스 인사동점이나 ‘더 보디숍’ 대신 ‘러브(love) 보디숍’을 내건 캐나다 몬트리올의 보디숍 매장에 소비자가 신선함을 느끼는 것은 이 때문이다.

미래 마케팅은 이를 깨는 것이다. 앞으로는 BI를 통일하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무조건 아이덴티티를 다르게 하라는 것은 아니다. 과거의 아이덴티티가 동일성(sameness)으로 해석됐다면 앞으로 아이덴티티는 일관성(consistency)을 추구해야 한다. 균일성이 있으면서 차별성을 주는 것, 이것이 미래 브랜드 마케팅의 핵심이다.”

○ 이장우 대표 약력

△연세대 경영학석사(MBA) 및 경희대 경영학 박사, 성균관대 공연예술학 박사 취득, 홍익대 디자인학 박사 수료

△3M USA 사업본부장, 이메이션 아시아태평양 소비자 부문 부회장 등 글로벌 기업에서 브랜드, 마케팅, 세일즈 분야 27년 경력

△저서: ‘브랜드 심플’ ‘디자인+마케팅’ ‘내가 상상하면 현실이 된다’ ‘마케팅 잘하는 사람, 잘하는 회사’ ‘한국형 마케팅’ 등

△현재 이메이션 글로벌 브랜드 총괄대표, 이장우 브랜드 마케팅 그룹 대표 코치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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