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네르바 구속에 ‘사이버 보복’하는 서글픈 惡意

  • 입력 2009년 1월 12일 02시 58분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필명) 박모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울중앙지법 김용상 판사의 이력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야유와 욕설을 담은 댓글이 무수히 달리고 있다. ‘정치판사’ ‘하찮은당(한나라당을 폄훼하는 표현) 공천받겠네여’ ‘이명박 정권에 충성스러운 판사’ ‘아부꾼’ 같은 인신공격을 넘어 지면에 그대로 옮기기 어려운 것들도 많다.

미네르바를 꼭 구속까지 했어야 했느냐에 대한 비판이나 토론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미네르바가 쓴 수백 건의 글 중에서 문제가 된 두 건의 글에 대해 스스로 썼음을 인정해 증거인멸의 우려는 상대적으로 적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건전한 비판이 아니라, 법관에게 인신공격과 위협적인 언사를 늘어놓은 행위는 사법권에 대한 위협이자 또 다른 범죄행위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철부지 누리꾼들의 행위는 역설적으로 사이버 모욕죄 도입의 정당성을 뒷받침해줄 뿐이다.

전문대를 나온 사람도, 금융기관에 근무한 적이 없는 사람도 경제 전망을 하고 경제현상에 대한 의견을 인터넷에 발표할 수는 있다. 설사 그 전망이 틀렸더라도 법적인 책임은 없다. 그러나 의견과 허위사실 유포는 엄연히 다르다. 김 부장판사는 외환시장 및 국가신인도에 영향을 미친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 범죄혐의의 사안이 중대하면 그만큼 형량이 높아질 수 있고, 이에 따라 법원도 피의자가 도주할 우려가 높다고 본다.

물론 인터넷 공간에는 미네르바의 글 외에도 무수한 ‘허위 사실’이 떠돌아다니고 있다. 일부 누리꾼과 좌파언론은 미네르바만을 찍어 처벌하는 것은 ‘인터넷 공안통치’요, 정부에 비판적인 ‘누리꾼 겁주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허위사실도 어떤 허위사실이냐에 따라 가벌성(可罰性)이 달라진다. 수십만 명의 누리꾼에게 전파력을 가진 인터넷 논객이 ‘정부가 금융기관 및 수출입 관련 주요 기업에 달러 매수를 금지한다는 긴급공문을 전송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해 외환시장을 혼란시킨 행위는 결코 가볍게 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헌법적 권리인 표현의 자유에도 책임과 절제가 필요하다. 사이버 공간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포털 속의 이런 병리현상이 해소되지 않고서는 선진화는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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