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투데이]내수 키우려면 고용구조부터 리모델링을

  • 입력 2009년 1월 6일 03시 04분


미국의 버락 오바마 차기 행정부가 보호무역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제조업, 특히 자본재 산업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다른 부문 역시 어렵기는 마찬가지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부문은 철강업계다. 자국 자동차 산업의 악화와 건설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미국 최대 고로업체인 ‘US스틸’은 이미 용광로의 3분의 1을 가동 중단했고, 전기로 업체인 ‘뉴코어’ 역시 생산량이 전년 대비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더 큰 문제는 해법이 없다는 점이다. 고급제품은 한국산과 일본산에, 일반제품은 중국산에 가격과 품질에서 밀리고 있고 이 문제는 앞으로도 나아질 기미가 없다. 특히 1000여 개에 이르는 중국 철강기업이 급격한 위기에 몰리면서 중국산 철강은 점점 가격이 낮아지고 있고, 원가를 절감해야 하는 미국 제조업체들은 중국산 철강의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는 악순환에 빠진 것이다. 더욱이 연초 원자재 가격 강세국면에서 대량으로 선구매한 원료 구매가격도 미 철강제품 가격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에 대한 돌파구로 미국철강협회(AISI)는 1930년대 이후 처음으로 ‘바이 아메리카 정책’을 대통령직인수위에 공식 제안했고, 인수위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테면 오바마 정부가 시행하기로 한 ‘신뉴딜정책’에 투입될 사회간접자본(SOC) 물량은 미국산 철강으로 모두 사달라는 제안이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위기를 겪을 때마다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해 왔다. 특히 대공황 당시 미국 정부는 기업 생산량의 3분의 1 정도를 공공발주를 통해 구매함으로써 사실상 정부가 기업의 생산과 재고를 위한 안정적 수요처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 대한 회의로 이어질 수 있다. 대공황 당시에는 미국의 수출비중이 10% 미만이었지만 지금은 세계적인 자유무역질서가 구축돼 있다.

이 점에서는 중국도 마찬가지다. 4조 위안(약 760조 원)에 이르는 SOC 투자에서 외국기업의 참여는 사실상 봉쇄돼 있다. 미국의 SOC 투자에는 중국의 산업 자본재를 수출하면서, 중국의 SOC 건설은 독점적 배타적으로 막기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수출비중이 높은 한국은 치명적이다. 결국 한국도 앞으로는 내수를 키워서 지나친 경기 변동성을 억제해야 한다. 그러자면 우선 청년 일자리의 80%가 비정규직인 고용 구조부터 바꾸어야 한다. 이래저래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셈이다.

박경철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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