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우정열]“취업, 서울대 출신도 어깨의 힘 빼라”

  • 입력 2009년 1월 6일 03시 00분


‘IMF 세대가 88만 원 세대에 전하는 서울대식 불황극복 전략.’

최근 서울대 홈페이지엔 이 같은 제목의 글이 올라와 재학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글을 쓴 사람은 서울대 출신 직장인 네 명. 모두 1990년대 초반 대학에 들어와 “서울대 출신도 취업하기 힘들다”고 했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시기에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로 진출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IMF 때보다 힘들다는 이 불황의 시기에 사회에 진출할 준비를 하는 후배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글을 썼다.

서울대 강사 전상민(소비자아동학부 95학번) 씨는 구직에 나섰다가 1차 서류심사에서 떨어진 경험담을 소개하며 “서울대 나왔는데 떨어졌다는 충격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난 서울대 출신이니까’ 하는 우월의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서울대생은 (구직할 때) 이름 있는 대기업만 지원 대상으로 전제하는 경우가 많다”며 서울대생의 ‘눈높이’에 일침을 가했다.

1997년 아버지의 사업이 부도나는 바람에 유학의 꿈을 접어야 했던 안영리(소비자학과 93학번) 씨. 월 30만 원의 인턴사원으로 출발한 뒤 공연기획 분야에서 실무경험을 쌓은 안 씨는 미국 유학의 꿈을 현실로 만든 경험담을 통해 어려운 환경에서도 굴하지 않는 강한 의지를 강조했다.

종교학을 전공한 뒤 증권사 애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는 성진경(91학번) 씨는 “순수학문을 공부한 것이 취업과 직장생활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면서 취업이 잘되는 전공과 학과로만 몰려드는 세태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이공계 기피 현상에 대한 애정 어린 조언도 있었다. 정재웅(컴퓨터공학과 94학번) 씨는 대학원을 졸업한 뒤 전 직원 50명의 벤처기업에서 내비게이션 개발 업무를 담당하다 지금은 세계 굴지의 정보기술(IT)기업인 구글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보상이 적은 것 같다고 한눈팔지 말라”며 “방황의 순간들을 극복하고 행복한 엔지니어가 되라”고 말했다.

스스로를 “행복한 엔지니어”라고 말하는 정 씨는 일요일 밤이 되면 다음 날 출근할 생각에 마음이 설레고 기분이 좋아진다고 전했다.

경기 불황 속에 일자리를 찾아 나서야 하는 젊은이들의 어깨가 유난히 더 무거워 보이는 계절이다. ‘거친 파도가 강한 어부를 만든다’는 마음가짐으로 선배들의 취업 충고를 되새겨볼 만하다.

우정열 사회부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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