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홍권희]IT 뉴딜도 있다

  • 입력 2009년 1월 6일 03시 00분


세계 각국이 경기침체 탈출을 위해 돈 쓰기에 바쁘다. 다 쓰기도 전에 추가 계획을 짠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7000억 달러(약 910조 원) 이상의 추가 경기부양책을 마련 중이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작년 4조 위안(약 774조 원)짜리 부양책에 이어 더 큰 규모의 고강도 내수확대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역대 재무장관 중 가장 많은 돈을 써봤다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도 감세를 포함해 51조 원의 추가 재정지출을 검토 중이다.

‘신(新)뉴딜’이라는 이름의 각국 경기부양책 목록엔 사회간접자본(SOC) 공사가 수두룩하다. 언젠가는 벌이려던 사업이었고 일자리 창출 실적이나 건설 결과물이 가시적으로 쉽게 확인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재정지출이 76년 전 미국의 원조 뉴딜처럼 민간소비를 자극해 기업투자를 이끌어낼지는 미지수다. 풀린 돈이 ‘반짝 효과’를 내는 데 그칠 경우 폐해가 커질 수 있다.

세금의 효율을 생각하면 더 문제다. 우리 정부는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인 대형 경기부양 사업 등이 서둘러 착수될 수 있도록 다음 달 초부터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기로 했다. 돈이 빨리 나갈 수 있도록 번거로운 6개월간의 조사 절차를 생략하겠다는 것이다. 비상경제 상황이라 해도 ‘세금낭비 허가’까지 내줘서는 안 된다.

재정사업 분야를 찾을 때 정부는 눈을 더 크게 떠야 한다. SOC는 고속도로나 항만만 있는 게 아니다. 현대적 의미의 SOC라면 정보기술(IT)도 있다. 뉴딜도 미국의 미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분야에 투자를 집중한 것이었다.

일본은 오래전부터 제조업 강국이다. 그렇지만 2000년대 초반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국가적 과제로 IT산업을 꼽았다. 20세기와는 달리 개별기업이나 개별산업 단독으로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어렵고 어느 산업이든 IT와 결합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IT는 2005년부터 전체 산업 성장의 40% 이상을 담당했다. 우리도 2006년 IT의 성장 기여율이 40%를 넘었다. IT는 하나의 산업이면서 SOC 기능도 한다.

중국은 1986년 ‘863계획’을 시작으로 1997년 ‘973계획’ 등을 거치면서 국가 첨단기술 연구에 매달려왔다. 유인우주선 발사 성공과 IT 분야의 비약적 발전이 그 성과다. 2006년 이후 중점연구 과제는 하이테크 정보기술인데 전자정보 등 8대 산업에서 소프트웨어(SW) 등 75개 과제를 꼽아놓고 있다. 훗날 중국이 먹고 살아갈 미래형 기술들이다.

‘말로만 IT 강국’인 한국은 어떤가. SW 개발 분야에선 경쟁자로 여기지도 않았던 중국을 두려워하게 됐다. SW 불법복제 비율은 43%나 된다. 컴퓨터공학과 학생들은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고 있고 KAIST의 전산 관련 전공학생 수는 한때 130명에서 30명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IT벤처기업 신설은 2007년 5945개로 2005년의 80%에도 못 미쳤다. 로열티(기술료) 수지 적자는 매년 확대되고 있다. SW를 신성장동력으로 꼽는 정부의 IT예산은 작년부터 급감했고 경제위기 속에 기업의 IT투자도 줄었다. 줄고 떠나고 사라지는 분위기다.

고속도로에 못지않은 SOC인 IT분야를 홀대하면 다른 산업의 경쟁력마저 떨어진다. IT산업에도 한국판 뉴딜의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투자가 진행돼야 한다. 그것도 속도전으로.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