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투데이]中 내년 7% 성장해도 한국엔 도움 안된다

  • 입력 2008년 12월 23일 03시 07분


한국은 중국의 경제성장률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촉각을 곤두세우고 그 전망에 따라 일희일비한다. 경제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내년 중국 경제성장률이 7% 이상일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이렇게 한국이 중국의 연착륙 여부에 목을 매는 이유는 수출 때문이다. 거대 소비시장인 중국의 경기가 예상보다 호전되면 미국과 유럽의 경기침체로 어려움에 빠진 한국 수출기업이 숨통을 조금 틔울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 때문에 600조 원에 이르는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 조치나 중국 런민은행의 금리 인하, 지급준비율 인하 등의 금리정책을 두고 한국 투자자들과 증시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하지만 한국 투자자들이 중국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중국은 내수 중심의 국가이므로 수출 감소가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믿는 것이다.

최소한 겉으로 보기에는 이 말이 맞다. 하지만 이것은 중국 경제는 원자재와 산업재 등의 자본재 부분에 대한 비중이 지나치게 커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경기 상황을 정확히 반영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중국과 같은 신흥국들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기 위해 인프라 구축이나 산업시설에 대한 투자 수요가 많다. 따라서 중국은 철강 시멘트 건설 토목 등의 자본재 산업의 비중이 크고 이로 인해 외견상 높은 GDP 성장률을 이끌어 내면서 많은 일자리를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비친다.

또 선진국에 비해 정부의 재정 정책이 효과를 발휘할 소지도 크다. 즉 중국은 최근의 경기 부양 조치와 같이 정부가 대대적인 재정 지출을 감행하면 GDP 성장률 유지가 가능한 구조라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라는 평범한 사실에 있다. 중국은 경기가 좋을 때는 선진국이 중국으로 이전한 제조업 분야에 왕성하게 투자해 박리다매형 상품의 공급처로서의 역할을 하면서 큰 호황을 누린다.

하지만 반대로 글로벌 수요가 감소하면 중국의 설비는 저절로 과잉으로 남게 된다. 외부에서 유입되는 물줄기가 끊어지면 겉으로 보이는 성장률과 다르게 경제의 질이 나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설비 과잉으로 인한 경제부문의 질적 악화는 이미 철강 등의 분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중국 중소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부품 소재업이나 가공무역 부분의 상황은 더 나쁘다. 중국은 과잉설비 문제로 제조업 분야에서 혹독한 구조조정을 겪게 될 것이란 뜻이다.

또 이렇게 중국 내부 사정이 나빠지면서 공공 프로젝트 중심의 경기부양책의 혜택이 다른 나라의 기업들에 돌아가지 않게 된다.

결국 중국의 외형적 성장이 7%를 넘느냐, 넘지 않느냐는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세계적인 소비가 살아나고 중국 제조업의 구조조정이 이루어지는 시점까지 중국은 한국에 희망보다는 고통을 안겨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주목해서 투자전략을 짜야 한다.

박경철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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