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홍수영]그래도 룰 지킨 민주당을 위한 변명

  • 입력 2008년 12월 17일 03시 03분


민주당이 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당내에선 내년도 예산안을 한나라당이 밀어붙인 데 대해 당 지도부가 적극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논란의 중심에는 민주연대 등 당내 강경파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은 정세균 대표와 원혜영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전략 부재로 실리도 챙기지 못한 채 정부 여당이 강행한 예산안을 용인해준 꼴이 됐다고 성토한다.

당 일각에서는 “아무리 여론이 악화된다고 해도 끝까지 막았어야 했다. 피켓 들고 구호 외친 것 외에 민주당이 무엇을 했느냐”며 지도부 교체론까지 나온다.

당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민주노동당이 연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을 점거하고 끝까지 투쟁한 것과 비교한 글도 올라 있다. 심지어 “대안과 의지만 있다면 국민은 깡패짓을 해도 이해한다”는 글도 게시됐다.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왜 민노당처럼 ‘시원하게’ 온몸으로 결사 저지하지 않았느냐는 데로 모아지는 듯하다.

정부 여당의 실정(失政)에도 불구하고 현재 민주당 지지율이 10%대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은 지도부의 이 같은 미온적인 태도 때문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현장에서 지켜본 기자의 생각은 다르다.

민주당의 예산안 처리 대응 방식은 과거 야당과는 다른 새로운 야당으로 변신하려는 몸부림으로 비쳤기 때문이다. 그래서 야당에서 희망을 봤다는 생각이다.

무엇보다도 세계적인 경제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하루빨리 예산안을 통과시키려고 처리 시한을 12일로 지도부가 합의한 것을 놓고 잘못했다고 할 수는 없다.

물론 정부가 국민 세금을 어떻게 쓸지를 꼼꼼히 따지는 것은 야당의 권리이자 책무이기도 하다. 하지만 단상 점거 등 물리력을 동원해 저지하겠다는 억지는 이제 안 된다.

과거 야당은 “소수 야당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장외 투쟁과 단상 점거 같은 물리력을 동원하곤 했다.

하지만 국회 교섭단체도 아닌 민노당처럼 ‘막가파’ 식의 투쟁을 벌여선 다수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비록 당장은 손해 본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정해진 ‘룰(rule)’은 지키면서 싸우는 것이 바른 길이다. 강경파들은 ‘화끈한’ 민노당의 투쟁 방식과 비교한다. 하지만 그런 투쟁 방식으로 일관한 민노당의 의석수가 17대 국회에서 10석이던 것이 지금은 5석으로 줄어들었다. 민주당이 새겨야 할 대목이다.

홍수영 정치부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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