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다수결도 타협도 없는 최악의 反民生국회

  • 입력 2008년 12월 1일 02시 59분


한시가 급한 새해 예산안과 법안 처리를 앞에 놓고도 갈지자걸음만 하고 있는 국회를 보면 과연 이런 국회가 필요한지 의문이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9개월이 지났고, 더구나 경제위기까지 닥쳤다면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책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와야 할 터인데 모든 것이 국회라는 벽에 꽉 막혀 있다. 국민에게 이익보다는 피해만 주는 국회라면 차라리 없는 편이 낫지 않겠는가.

예산안은 헌법에 따라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인 2일까지 의결을 마쳐야 하지만 이미 물 건너갔다. 명백한 헌법 위반이건만 누구도 죄의식은커녕 양심의 가책조차 느끼지 않는다. 개회 이후 예산안 통과에 필요한 부수법안 250여 개를 비롯해 2787개 법안이 제출됐지만 지금까지 9개만 처리했다. 이것이 첫 정기회기 마감 8일을 앞둔 18대 국회의 맨얼굴이다.

한나라당은 “정기회기 마감 때까지 예산안을 우선 처리하고 나머지 법안들은 12월 임시국회를 열어서라도 처리하겠다”고 말은 한다. 야당이 협조를 거부하면 강행처리도 불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지금까지 고비 때마다 그런 식의 엄포만 남발했지 실제 행동으로 옮긴 적이 없다. 국민이 몰아준 172석은 거의 장식품이나 마찬가지이다. 당내 갈등 하나 조정하지 못할 정도로 지도부의 리더십도 취약해 들리는 것은 민생과는 동떨어진 친이(親李), 친박(親朴) 타령뿐이다.

민주당은 한술 더 뜬다. 언필칭 ‘서민정당’이 민생의 고통을 보면서도 뭐 하나 되도록 하는 일이 없다. 정부에 뜬금없이 예산안 재수정을 요구하면서 대화마저 거부하고 있다. 당 소속 상임위원장 6명이 청와대 오찬에 불참한 데 이어 정세균 대표도 3일 대통령의 여야 대표 초청 오찬에 가지 않기로 했다. 그러면서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대표와 손잡고 정부에 대북정책의 기조를 바꾸라고 압력이나 넣고 있다. 북한의 대변자 노릇을 자임하는 것도 가당치 않지만 지금 나라 사정이 이런 주장이나 할 만큼 한가한가.

민주주의는 대화와 타협이 작동하고, 의사 결정에서 다수결 원칙이 제대로 지켜질 때만 유지될 수 있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도 모르고 위헌, 위법을 밥 먹듯이 하는 정당들이 국회의사당을 차지하고 있으니 국회는 물론 나라가 제대로 굴러갈 턱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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