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수익률 하락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각국의 주가가 급락한 점을 감안할 때 불가피한 면이 있다. 하지만 유독 한국에서 투자자들의 원성이 높은 것은 펀드를 팔 때 판매사들이 원금 손실 가능성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았거나, 고수익이 보장되는 상품인 것처럼 선전해 기대를 부풀린 탓이 크다. 상당수 은행은 수수료 수입에 눈이 어두워 펀드가 기본적으로 ‘고위험 고수익 상품’임을 알리는 데 소홀했던 것도 사실이다.
판매사의 과실 여부는 사례별로 따져 책임을 물으면 될 일이다. 그러나 펀드 투자로 돈을 잃게 됐으니 판매사나 운용사가 손실을 보전해줘야 한다는 단순 논리는 시장 자체를 흔들 소지가 있다. 불완전 판매에 따른 피해와 일반적인 펀드 투자 손실은 구분돼야 한다.
투자는 기본적으로 자기책임과 자유계약의 원칙 아래 이뤄져야 한다. 호황기에 펀드로 벌어들인 이익이 투자의 정당한 대가라면 손실 또한 투자자의 몫일 수밖에 없다. 이 와중에 일부 변호사가 e메일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이용해 마구잡이로 소송을 권유하고 나서는 것은 투자자들의 상실감을 이용해 한몫 챙기려는 혐의가 짙다.
펀드 투자 못지않게 소송에도 비용과 위험이 따른다. 증권 피해 관련 소송에 정통한 김주영 변호사는 “승소 가능성을 따지지 않고 소송을 권유하는 것은 또 다른 불완전 판매”라고 지적했다. 우리는 선진국에 비해 금융투자 역사가 짧은 탓에 이번 일로 값비싼 수업료를 치렀다. 판매사는 과도한 수수료를 적정 수준으로 낮추고 그동안 ‘관행’이라는 명목으로 되풀이해 왔던 불완전 판매를 근절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