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코리아 스파클링’ 외쳐 국가 브랜드 높이겠다니

  • 입력 2008년 11월 15일 02시 58분


‘같은 제품도 미국이나 독일 것은 150달러인데 한국 것은 100달러밖에 못 받는다.’ KOTRA와 산업정책연구원의 ‘국가 브랜드 가치 조사보고서’가 고발하는 ‘메이드 인 코리아’의 현주소다. 무려 50달러 차이가 나는 것은 투자여건, 문화관광 매력도, 국민성과 신뢰도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로 구성된 ‘국가 브랜드 가치’에서 선진국에 밀리기 때문이다. 국가 브랜드 가치가 낮으면 그 나라 제품이나 서비스의 값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국민도 도맷값으로 ‘열등국민’ 취급을 받는다.

한국의 국가 브랜드 가치가 낮은 것은 불법파업, 폭력시위, 북핵과 북한의 변종집단 행태 등 나쁜 이미지 탓이 크지만 해외홍보가 시원찮은 점도 중요한 요인이다. KOTRA 등이 주요 수출대상국 국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세계적 상품개발’(29.7%) ‘외국인에 대한 친절한 태도’(23.1%)와 함께 ‘해외홍보를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이 20.1%나 됐다.

세계적 마케팅 전문가인 잭 트라웃은 지난달 서울에 와서 “한국은 (국가 브랜드에 대한) 명확한 포지셔닝이 없다”고 꼬집었다. 한국관광공사가 내세운 ‘코리아 스파클링’이라는 슬로건은 무슨 뜻인지 알기 어렵고 이웃한 일본 중국과의 차별화에 실패했다는 평가이다. 실제로 ‘스파클링’이란 단어 때문에 한국을 ‘광천수의 나라’로 상상하는 외국인도 있을 정도다. 이에 앞서 정부가 내걸었던 ‘다이내믹 코리아’도 외국인에게 ‘흔들림, 불안정’ 같은 이미지를 심었다. 거액을 주고 발굴했다는 대체 슬로건이 ‘코리아 스파클링’이지만 이 또한 실패작 같다. 공급자 위주의 해외홍보 전략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근본적 해법이 필요한 대목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임기 중 국가 브랜드 가치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놓겠다”고 다짐했다. 이를 위해 일할 국가브랜드위원회도 내년 1월 출범을 앞두고 있다. 그런 위원회가 있어야만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느냐는 논란은 접어두더라도, 좀 더 세련된 전략을 보고 싶다. 조잡한 해외 홍보물부터 손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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