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달러 우산’ 속으로… 외환시장 ‘비바람’ 약해질듯

  • 입력 2008년 10월 30일 03시 03분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달 13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63차 국제통화기금(IMF) 및 세계은행 연차총회 기조연설을 했다. 강 장관은 이 연설에서 “유동성 공급 등 국제적인 시장안정화 조치에 신흥 개발도상국들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달 13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63차 국제통화기금(IMF) 및 세계은행 연차총회 기조연설을 했다. 강 장관은 이 연설에서 “유동성 공급 등 국제적인 시장안정화 조치에 신흥 개발도상국들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한미 원-달러 통화스와프 체결 동의

환율 안정 기대… 대외채무 만기연장 쉬워져

금융 불안 씻고 주식시장도 선순환 가능성

한국과 미국 간의 통화스와프 협정이 체결되면 달러 부족 우려가 거의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원-달러 환율이 안정되고 대외채무 롤오버(만기 연장)나 달러화 신규차입이 수월해지는 등 국내 금융시장 전반에 긍정적인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실물경제 위축 우려는 여전하지만 정부와 한국은행의 위기 대응력도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환율 상승을 걱정하지 않고 적극적인 금리 정책을 취할 수 있게 되는 등 정책 선택의 폭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경제 전문가들이 통화스와프 협정을 ‘기대 밖의 선물’에 비유하고 있는 것도 한국 경제에 그만큼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 한국 경제에 긍정적 파급효과 기대

한국은 세계 6위의 외환보유액(2397억 달러)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위기설에 시달리고 있다. 소규모 개방경제의 특성상 달러화를 늘 필요로 하는 데다 외환위기의 악몽까지 겹쳐졌기 때문이다. 아무리 외환보유액을 쌓아도 숙명처럼 시장의 심리적인 불안감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번 협정 체결은 이런 불안감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필요하면 달러화를 찍어낼 수 있는 미국과의 협정이기 때문이다.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지금까지는 외환보유액이 얼마 있다, 충분하다 해명을 해야 했는데 이제는 얘기를 할 필요가 없게 됐다”며 “외국인 투자가가 불안해서 미리 주식을 팔고 나가는 것을 막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협정이 체결된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며 “한국의 외환보유액을 감안할 때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를 이용할 일은 없겠지만 심리적인 측면에서는 확실한 호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정책의 폭이 넓어졌다는 기대도 나온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외화자금시장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 전통적으로 갖고 있는 통화정책이나 재정정책만으로도 경기 악화를 예방할 수 있다”며 “오히려 그동안 워낙 상황이 급박해서 생각할 여유를 갖지 못했던 금융회사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문제를 생각할 여유도 가져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통화스와프 협정이 체결되면 외환시장뿐 아니라 증시에도 다소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며 “이렇게 되면 실물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 IMF와의 관계에도 여유

미국과의 통화스와프가 가능해지면 정부는 당장 29일 국내 증권시장을 뒤흔든 국제통화기금(IMF)의 단기 유동성지원 프로그램에도 여유를 갖고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이날 증권시장은 일부 국내 언론에서 ‘정부가 IMF의 유동성지원 프로그램인 달러 스와프 창구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오전 내내 상승 랠리를 이어가던 코스피가 폭락하는 등 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IMF라는 말만 나와도 1997년 외환위기 당시의 구제금융 망령으로 시장과 투자자가 민감하게 반응한 것. 정부는 즉각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 정부는 IMF가 구상 중인 단기 유동성지원 프로그램 이용을 검토한 바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협정이 체결되면 한국이 IMF 프로그램을 이용할 필요성이 작아진다.

그렇다고 해서 가능성을 아예 닫아놓을 필요는 없다. 이번 프로그램은 구제금융과는 성격이 많이 다른 까닭이다. 구제금융을 받으면 해당 국가는 IMF가 권고하는 경제정책들을 따라야 하지만, 이번 프로그램은 그런 까다로운 지원 조건이 붙지 않는 자금이다.

아시아통화기금(AMF)처럼 달러 공급 라인을 추가로 확보해 놓는 기회가 될 수 있어 한국이 이용하게 되면 미국과의 통화스와프에 이어 추가로 ‘보험’을 드는 셈이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이 “우리가 급해서 지원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좋은 조건으로 유동성을 더 확보할 수 있는 길을 스스로 닫아놓을 이유도 없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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