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구자룡]中, 경제 걸맞은 품격 보여야

  • 입력 2008년 10월 30일 02시 59분


중국 정부는 개혁 개방 30년을 맞아 그동안 변화된 모습을 언론을 통해 연일 소개하고 있다. 중국은 1978년 12월 18일 열린 공산당 11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서 결의한 것을 개혁 개방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이 때문에 12월 중순까지는 갈수록 분위기가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관영 중앙(CC)TV는 최근 주요 도시 관계자들을 모아 그동안의 변화와 발전 상황을집중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상하이(上海) 시 푸둥(浦東) 구의 한 관계자는 “공부 안 하고 말 안 들으면 푸둥에 시집보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낙후됐던 이곳이 중국을 넘어 세계적인 금융도시로 비약하고 있다”고 푸둥 분위기를 전했다.

1980년 8월 경제특구로 처음 지정된 선전(深(수,천))은 인구 30여만 명의 연안 소도시에서 지금은 1300여만 명에 이르는 거대 도시로 탈바꿈했다. 이웃한 둥관(東莞)도 역시 불과 수십만 명의 낙후한 농촌에서 인구 1000만 명이 넘는, ‘세계의 공장’ 중국에서도 ‘공장 중의 공장’이 됐다고 소개했다.

산둥(山東) 성 웨이하이(威海) 시 관계자는 “한국과 바다 건너 93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지리적인 조건이 웨이하이를 일찌감치 개방된 도시로 바꾸었으며 중국 내에서 ‘제일의 한국성(城·도시라는 뜻)’이 됐다”고 말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최근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78년 1.8%에서 지난해 6.0%로 늘었고, 국내총생산(GDP) 순위도 10위에서 4위로 급상승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지난해 GDP는 3조2801억 달러로 미국의 23.7%, 일본의 74.9% 그리고 독일의 99.5%로 올해에는 독일을 제치고 3위로 올라설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런 저력이 쌓이면서 인구 13억 명의 중국은 이제 글로벌 금융위기로 침체에 빠진 세계 경제의 ‘구원 투수’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중국의 지난 30년보다 앞으로의 30년이 더욱 세계를 놀라게 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지금까지는 중국이 문을 열고 세계로 나오면서 세계가 중국을 변화시켰다. 하지만 앞으로는 국제기구에서의 발언권 강화, 역내 현안에 대한 적극적 역할 등으로 중국이 세계를 변화시킬 일이 더 많을 것이란 얘기다.

중국이 이렇게 세계무대에 우뚝 솟아오르고 있지만 험로(險路)도 없지 않다.

티베트나 신장위구르 분리주의 운동은 여전히 불씨가 꺼지지 않은 상태다.

과거 중국산 장난감에서 유해 물질이 검출되더니 이번에는 우유 등 식품에서 멜라민이 나와 중국산 제품의 안전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뇌물수수 등 경제 범죄를 저지른 베이징(北京)과 쑤저우(蘇州)의 전 부시장에게 최근 사형을 선고할 만큼 심각한 공무원의 부정부패 문제도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중국이 올해 올림픽을 거치면서 ‘글로벌 스탠더드’를 배웠다고 했지만 중국 내 외국 언론의 취재 자유가 크게 나아지지 않는 것도 중국의 높아진 위상에 걸맞지 않다.

국무원이 10월 17일 ‘외국 상주언론 기구 및 외국기자 취재 조례’를 발표해 취재원의 동의만 얻으면 자유롭게 취재할 수 있다고 했으나 사실상 별다른 변화가 없다.

공무원은 물론 국책연구소 연구원이나 유명 대학교수들을 인터뷰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중국이 개혁 개방 30년의 성과에 도취하기에 앞서 이제 여러 분야에서 세계 4위의 경제 대국에 걸맞은 품격을 보여 주기를 기대한다.

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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