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公의 모럴해저드 重病, 李대통령이 직접 나설 때

  • 입력 2008년 10월 16일 02시 59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쏟아져 나오는 공공부문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사례로 국민의 억장이 무너진다. 요 며칠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난 것만 해도 셀 수 없을 정도다. 나라의 구석구석이 썩을 대로 썩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명박 대통령이 중대한 결심을 해야만 할 때다.

한국전력공사 자회사에선 임원뿐 아니라 본부장들까지 해외여행 때 일등석을 이용한다. 한전은 이래 놓고 올해 추가경정예산에서 손실보전금 6680억 원을 지원받았다. 역시 추경 3360억 원을 지원받은 한국가스공사는 최근 3년간 28억 원을 들여 임직원에게 영어교육을 시켰다. 작년 5월 남미(南美)로 이른바 ‘이구아수 폭포 관광’을 갔다가 물의를 일으킨 공기업 감사 21명은 사건 이후에도 총 9억 원의 성과급을 챙겼다.

5년 전에도 비슷했다. 공기업 감사 36명이 2003년 10월 해외연수 명목으로 여행을 가면서 항공기 1등석을 예약했다가 출발 전에 등급을 내려 수백만 원씩 차액(差額)을 챙겼다. 2005년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 산하 4개 공기업이 부채가 45조 원에 이르는데도 3410억 원을 사내 복지기금에 출연해 직원들에게 싼 이자로 빌려준 게 드러났다. 공기업의 세금 파먹기는 이처럼 노골적이다. 이들 4개 공기업은 총부채가 60조 원으로 불어났는데도 아파트를 구입해 직원들에게 공짜로 빌려주고 있다. 한국공항공사가 2006년 말 직원 1700명에게 허위로 특별근무 명령을 내리고 휴일근무수당으로 1억4500만 원을 지급한 것도 그런 사례다.

감독권한을 가진 정부 부처는 이런 공기업의 비리를 도려내기는커녕 공생관계로 빠져들기 일쑤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관행에 길들여져 사후 감독은 전혀 못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노조 전임자를 정부 기준보다 많이 인정하고 있다가 감사원의 지적을 받은 게 2001년 이후 세 번째이지만 달라진 게 없다. 국회도 마찬가지다. 공기업 사장들은 국감장에서만 “고치겠습니다”라며 고개를 숙일 뿐 돌아서면 언제 그랬느냐는 식이다. 이런 일들이 수십 년째 되풀이 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집권 초기에 공공부문 개혁을 부르짖다가 촛불집회를 계기로 목소리가 작아졌다. 촛불집회는 공공부문 노조를 필두로 한 민주노총이 핵심 세력이었다. 이 대통령은 모럴 해저드에 빠진 공기업들을 언제까지 놔두고 볼 것인지, 세금을 내는 국민은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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