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방만한 과거사委방치, 李정부의 직무유기다

  • 입력 2008년 10월 7일 03시 00분


노무현 정부는 ‘과거와 화해하고 미래로 나가기 위한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각종 과거사 진상 규명위원회를 만들었다. 일제강점기의 항일독립운동에서부터 6·25전쟁 전후의 민간인 학살사건, 광복 이후 권위주의 통치 시기의 의문사 및 인권침해사건 등을 규명하겠다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을 제정했다. 거기에다 친일반민족행위,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 군(軍)의문사 진상규명, 그리고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 특별법 같은 특별법을 양산했다.

무려 12개의 과거사 관련 위원회가 만들어지고, 여기에 수천억 원의 국민 세금이 들어갔다. 그러나 광복 이후의 시대를 ‘기회주의자들이 득세한 역사’로 규정한 자학사관(自虐史觀)과 국민 편 가르기 코드로 인해 과거사위원회는 처음부터 진실과 화해, 국민통합의 순기능을 발휘할 수 없었다. 오히려 분열과 갈등을 증폭시킨 측면이 있다. 위원회 간의 기능 중복도 많았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위원회 통·폐합을 약속한 것은 그런 폐해 때문이었다. 이 정부는 일단 활동기간이 명시된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등 4개는 기한이 끝나는 대로 폐지하고, 나머지는 진실화해위원회로 통합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도 올 1월 관련 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통·폐합 법안은 17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정부는 “통·폐합 법이 통과되지 않았다”며 내년에도 각종 과거사위원회(김대중 정부 때 만든 ‘민주화운동 보상심의위원회’와 ‘5·18 보상위원회’ 포함)에 2000억 원이 넘는 세금을 책정했다. 그 사이 당초 올 7월이면 활동시한이 끝나게 돼 있던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가 시한을 연장했다.

과거사위원회의 할 일이 많이 남은 것도 아니다. 내년 예산을 보면 사업비는 줄고, 대신 인건비가 늘어났다. 위원회마다 사무처나 사무국을 별도로 두고 있어 인건비를 줄일 수 없는 구조다.

정부는 “국회에서 법안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하고 국회는 이와 관련해 아무런 움직임도 없다. 혈세가 새는 구멍을 뻔히 지켜보면서도 방치하는 것은 중대한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