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투데이]버핏의 과감한 투자, 증시-경기 회복과는 별개

  • 입력 2008년 10월 7일 02시 56분


미국 신용위기의 한파 속에서 워런 버핏은 놀랍게도 골드만삭스와 제너럴일렉트릭(GE)에 130억 달러를 투자했다.

소위 ‘워런 버핏식(式) 투자’의 결정판인 셈이다.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이 소식을 앞으로의 주식시장이 긍정적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보이지만 버핏의 투자는 주식시장 전망과는 별개의 문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워런 버핏에 대한 대표적 오해는 워런 버핏이 ‘포트폴리오 매니저’이며 그가 펀드를 운영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버핏은 사업가일 뿐 주식 투자자가 아니다. 냉정하게 보면 그는 자신의 회사 ‘버크셔해서웨이’의 자산을 이용해서 다른 회사에 투자하는 사업가일 뿐이다. 이를 테면 그는 최근 STX나 금호아시아나, 혹은 두산그룹 같은 국내 기업의 인수합병 행보와 다를 바 없는 비즈니스를 수행하고 있을 뿐이다.

다만 이 회사가 다른 일반적인 기업들과 다른 점은 버핏이 버크셔해서웨이에 대한 지분을 압도적으로 많이 갖고 있다는 정도다. 투자자들이 버핏의 안목에 투자하는 수단은 버핏의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버크셔해서웨이의 주식을 사는 방법뿐이며, 반대로 투자자가 자금을 회수하고 싶을 때도 버크셔해서웨이의 주식을 주식시장에서 파는 것뿐이다.

이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버핏이 투자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 ‘해자(垓字·성을 방어하기 위해 성벽 주위를 돌아가며 판 우물) 개념’이다. 경쟁 상대가 없거나 독보적인 사업역량을 가진 독과점적인 기업, 즉 ‘프랜차이즈 밸류’가 큰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해자 개념에서 보면 미국 투자은행들이 신용위기로 괴멸상태에 빠지면서 상처투성이뿐인 메릴린치를 제외하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에서 한발 비켜나 있는 골드만삭스는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 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최근 버핏의 행보가 향후 미국 주식시장이나 자산시장의 회복을 염두에 둔 투자라고 해석하는 것은 지나친 견강부회다. 또 그의 투자는 대규모이며 기업이 필요로 하는 시점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그는 일반 투자자들과는 달리 기업의 구조조정, 자산 매각, 감자, 배당 증액 등을 요구 할 수 있고 그런 행동을 통해 투자한 기업의 가치를 훨씬 높일 수 있는 철저한 갑(甲)의 위치에 있다.

따라서 세계 제1의 기업인 GE와 유일하게 살아남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에 대한 버핏의 투자는 그의 입장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투자일 뿐 우리가 기대하는 주식시장에 대한 낙관적 판단과는 무관하다는 사실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박경철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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