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돈 공천’ 반성은커녕 비판언론 제소한 문국현 씨

  • 입력 2008년 9월 24일 03시 00분


창조한국당 대표 문국현 의원은 8월 23일자 본보 사설(국회, ‘범법혐의 의원 체포’에 협조해야)이 ‘나를 비방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동아일보사를 상대로 1억 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문 의원은 같은 날짜 중앙일보 사설(비리 혐의 문국현 대표 감싸지 말아야)도 같은 이유로 제소했다.

수원지방법원은 창조한국당에 6억 원을 내고 비례대표 공천을 받은 이한정 의원에게 징역 3년의 실형 판결을 내리면서 문 대표가 비례대표 ‘돈 공천’에 개입한 사실을 판결문에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그럼에도 창조한국당은 “수원지법 판결문 내용은 시간에 쫓기다 보니 사실에 입각하지 못한 오해와 오판으로 이해된다. 이한정의 일부 거짓 주장만을 인용한 검찰의 시나리오를 반영한 결과”라며 검찰이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법원이 오도된 판결을 내린 것처럼 억지를 부렸다.

본보 사설은 문 씨가 국회의원의 회기 중 불체포특권을 무기로 9차례나 검찰 소환에 불응하며 수사를 기피하는 행태를 비판하고 국회가 체포 동의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정치의 고질적 비리였던 ‘돈 공천’은 큰 정당에선 사라져 가는 추세다. 문 씨는 정치문화를 퇴행시키는 행태를 보이고도 국민 앞에 사죄하기는커녕 이를 비판한 신문사설에 대해 ‘비방할 목적’으로 쓰인 것이라며 소송을 낸 것이다. 이런 사람이 과연 국회의원이자 정당 대표로서 건전한 윤리의식과 책임감을 갖추고 있는지 의문이 생긴다.

민주주의와 자유언론을 신봉하는 모든 국가는 언론의 보도와 논평이 진실한 사실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일 때는 명예훼손으로 처벌하지 않는다. 사법부와 언론중재위에서도 사설 칼럼 같은 언론 논평에 대해서는 반론권(反論權)을 여간해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본보 사설에 대한 문 씨의 제소는 언론을 위축시키는 효과(chilling effect)를 노려 ‘돈 공천’과 관련한 뉴스 및 논평을 차단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깨끗한 정치’를 내세우며 지난 대선과 총선에 나섰던 정치인이 금배지 장사를 해놓고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행태를 보이는 것이 안타깝다. 이러한 정치 부패가 정화(淨化)돼야만 문 씨가 외치는 ‘클린 정치’가 실현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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