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韓美 FTA 겁내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保身주의

  • 입력 2008년 9월 9일 02시 56분


한나라당은 17대 국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가 무산되자 18대 국회에 들어가 가장 먼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6대 중점 입법과제’ 중 첫 번째로 꼽으며 각오를 다졌다. 그러나 첫 정기국회가 열린 지 열흘이 다 돼 가지만 비준동의를 위한 어떤 노력도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당 일각에서 “비준을 늦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새나온다. 일부 의원들은 “자칫하면 ‘제2의 촛불 사태’를 초래할 수도 있다”며 비준을 두려워하는 기미도 엿보인다.

최근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공성진 최고위원은 “미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이 FTA에 회의적이어서 연내 처리가 불투명하다”면서 “우리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장인 박진 의원은 지난달 말 “(한미) 어느 쪽이 먼저 하고 늦게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가 어떠한 판단과 결정을 할 것인지 잘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나라당은 ‘FTA 비준동의안 처리가 1년 늦어지면 15조 원의 경제적 손실이 있고, 대외 신인도에 막중한 타격을 입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의회를 압박하기 위해 우리 국회가 먼저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 당이 이제 와서 신중론을 흘리는 것은 결국 여론의 눈치를 보자는 태도 아닌가. 그래서야 책임 있는 정당이라고 하기 어렵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한미 FTA가 우리의 살길”이라면서 지지층의 반발을 이겨내고 협상을 타결했다. 명색이 자유 개방경제를 표방하는 한나라당이 반대론자나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이 겁나 뒤로 물러서는 것은 보신(保身)주의의 전형이다. 입으로는 “한미 FTA 비준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국회 처리 과정에서 반(反)이명박 세력의 결집을 노리는 민주당의 정략에 놀아나는 꼴밖에 안 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8월 말 성인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전화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한미 FTA 국회 비준동의 찬성 비율이 44.4%로 반대(37.7%)보다 많았다. 집권당이자 국회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지금 할 일은 반대론자들을 설득하면서 비준동의안 통과를 서두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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