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 세습정권 60년, 주민 굶기는 先軍과 주체경제

  • 입력 2008년 9월 8일 02시 54분


내일은 북한 정권 수립 60주년을 맞는 이른바 9·9절이다. 평양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경축 행사가 펼쳐지고, 올해는 특별히 ‘번영하라 조국이여’라는 집단체조를 공연한다. 그러나 김일성 김정일 세습정권 60년은 ‘번영 조국’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세계의 실패 국가 중에서도 최악이다. 1995∼97년 3년간 이어진 ‘고난의 행군’ 기간에 적어도 수십만 명의 아사자(餓死者)를 냈다는 사실만으로도 김정일 정권은 용서받을 수 없다.

북은 1948년 9월 9일 공화국 수립을 선포하기 전에 대남 적화통일을 위해 인민군을 먼저 창건했다(2월 8일). 태생부터 선군(先軍)을 외친 셈이다. 김일성 사망(1994년)과 김정일 세습 이후 선군이념은 더욱 강화됐다. 재작년 10월엔 핵 실험까지 강행했다.

군 간부들은 선군의 시혜를 누리는 특권층을 형성하고 있지만, 주민은 선군에서 비롯된 식량 부족으로 만성적 영양부족과 굶주림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도 마찬가지여서 5월엔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에 긴급구호 요청을 했다. WFP 조사 결과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주민의 60% 이상이 하루 두 끼 식사로 연명하고 있다. 방글라데시보다 더 심각한 식량 부족 사태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북은 정규군 120만 명을 비롯해 무려 300여만 명을 전시(戰時) 체제로 운영하는 데 전체 예산의 60% 이상을 쓰고 있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핵무기를 개발했다. 그 돈으로 식량을 샀더라면 주민을 배불리 먹일 수 있었을 것이다.

배급경제와 집단농장 그리고 주체농법으로는 주민의 기초 의식주조차 해결할 수 없음을 하루빨리 깨달아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주민의 생존 본능이 시장의 발달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고난의 행군’ 기간에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참상을 목격한 주민들이 시장에 눈을 뜨면서 북한 경제가 1990년 수준으로 회복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정일 정권은 미국과의 핵 협상만 유리하게 이끌면 세습정권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이는 턱없는 오산이다. 핵무기나 선군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중국 베트남처럼 시장경제를 받아들이고 개혁 개방의 물꼬를 트는 것만이 내부 붕괴를 막는 길이다. 그래야 남쪽이 나서 도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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