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올림픽 환호’를 넘어

  • 입력 2008년 8월 25일 03시 00분


태극전사들의 활약은 눈부셨다. 우리는 베이징 올림픽에서 목표를 뛰어넘어 금메달 13개에 종합순위 7위로 뛰어올랐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최고 성적이다. 수영과 야구에서 진입 장벽을 깸으로써 한국 스포츠에 새로운 지평을 연 것은 특기할 만하다. 한국 야구가 9전 전승(全勝)으로 미국 일본 쿠바를 누르고 올림픽 금메달을 거머쥐자 해외 언론들은 “한국이 세계 야구사에 새 발자국을 남겼다”고 찬사를 보냈다.

베이징의 성화는 꺼졌다. 오늘 오후 서울 세종로 사거리와 서울광장에서는 메달리스트를 비롯해 태극전사 350여 명을 위한 국민 퍼레이드가 펼쳐진다. 혼신의 힘을 다한 선수들이나, 선수들과 한 몸이 돼 응원한 국민이 하나처럼 신이 난다.

한국인 저력 확인한 金 13개, 세계 7위

베이징 올림픽 슬로건은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이었다. 개최국 중국은 쓰촨 대지진, 티베트 사태, 그리고 테러 위협에도 불구하고 이번 올림픽을 통해 ‘미래를 향해 차오르는 국력’을 세계가 두려워할 정도로 보여줬다. 1978년 개혁·개방을 시작한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고, 이번엔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냄으로써 21세기 ‘세계화 공동체’의 중심국 자리를 더 확고히 했다. 개회식이 ‘중화(中華)의 영광과 부활’을 알리는 서곡(序曲)이었다면 어제 폐회식은 ‘세계와 함께하는 중화’가 될 것임을 다짐하는 무대였다.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사상 처음으로 종합순위 1위를 기록했지만, 세계를 향한 중국의 굴기(굴起)는 스포츠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한 칼럼에서 “지금은 스포츠로 (중국에) 놀랐지만 앞으로는 예술 과학 교육 비즈니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놀라게 될 것이며, 우리는 이런 상황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논평했다. 미국 경제분석기관 글로벌인사이트는 중국이 내년에 세계 상품생산의 17%를 차지해 미국(16%)을 따돌리고 제조업 1위 국가로 올라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반도는 중국의 굴기가 일으키는 파도를 제일 먼저 맞는 곳이다. 한반도는 대륙의 끝이자, 해양의 시작이다. 우리는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 중화의 굴기에 대응해야 한다. 그 기초는 역시 한미(韓美)동맹이다. 튼튼한 한미동맹과 한중(韓中)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를 함께 심화시켜야 한다.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오늘 서울을 방문해 한중 정상회담을 갖는 의미가 결코 가볍지 않은 이유도 거기에 있다.

우리는 지난 17일간 태극전사들을 응원하고 승리에 환호했다. 촛불시위와 갖가지 사회갈등으로 분열된 마음이 모처럼 하나가 됐다. 우리는 ‘하면 할 수 있다’ ‘우리에게 한계는 없다’는 사실을 수없이 확인했다. 많은 선수 감독 관계자가 과정과 결과로 이를 웅변했다. 수영의 박태환은 타고난 체격이 아니라 인재 발굴을 위한 수월성 교육의 정당성을 새삼 확인해줬다. 비록 28위에 그쳤지만 1996년부터 네 번이나 올림픽에서 뛴 마라톤의 이봉주(38)는 한국인 투혼의 상징 같았다.

올림픽 기간에 통합과 화합을 통해 분출하고 확인한 국민 저력을 모든 분야에서 재발견, 재현해야 한다. 세계와 경쟁하는 데 써야 할 지혜와 힘을 나라 안에서 불화(不和)하고 자해(自害)하는 데 헛되이 소모한다면 바보국가 바보국민이 아닐 수 없다.

‘하나 되면 할 수 있다’를 선진화 동력으로

이명박 정부가 남은 임기 출범 6개월을 맞았다. 4년 6개월을 향해 뛰어야 할 새 출발선에 선 것이다. ‘첫 학기 성적표’는 초라했다. 내외 여건상 6개월 만에 괄목할 만한 실적을 기대하기는 어려웠지만 법치(法治)와 신뢰, 국민통합과 경제 살리기에 필수적인 인프라 구축에 크게 미흡했다. 야구에서 보듯 감독의 적재적시(適材適時) 용병술은 선수들의 능력을 한껏 발휘하게 해 승리를 이끌어내는 결정적 요인이다. 국가지도자도 그런 역할을 해야 국민이 가진 잠재력을 최대한 이끌어낼 수 있다.

이제부터 베이징 올림픽에서 뛴 우리 선수들의 투혼을 본받아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국가경쟁력을 키워 선진화라는 금메달을 목에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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