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유안진]우리 젊은이들 장하고 기특하다

  • 입력 2008년 8월 12일 03시 01분


유도 최민호를 시작으로, 박태환의 수영 금메달이 이어졌다. 줄줄이 금메달이거라. 각자의 분야에서 쾌보가 쏟아지리라. 자랑스럽다. 힘이 솟구친다. 살맛나지 않는가. 베이징 올림픽이 대한민국 선수들의 올림픽이거라.

베이징 흔든 불굴의 성공스토리

이미 작은 나라 우리 대한민국의 무서운 저력을 세계에 떨쳐 보이는 성공 신화가 이어지고 있다. ‘박세리 키즈’라는 신지애 박인비 오지영 등과 ‘은반요정’ 김연아가 빛나는 신화를 창조해냈다. 어리다면 어리고 젊다면 젊은 우리의 아들딸들이 피땀을 쏟아내고 뼈를 깎는 노력으로, 재능을 키워 우수성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무엇보다 기특하고 장한 것은, 어리고 젊은 사람들이 창조해낸 신화가, 어쩌다 얻은 요행이 아니고, 타고난 재능만도, 유복한 가정환경이나 무모한 부모와 지도감독의 강압과 강요만도 아니었다는 점이다.

아시아 남자선수로 올림픽 수영 자유형에서 72년 만에 금메달을 딴 ‘마린 보이’ 박태환. 천식을 앓던 다섯 살 꼬마가 부모 손에 이끌려 수영장에 첫발을 담근 이래, 부모와 노민상 감독, 체육과학연구원 송홍선 박사의 치밀한 재능발굴과 과학적 훈련계획, 성공을 목표로 한 고된 훈련에 열심히 노력한 박태환, 팀워크가 함께 이룩해낸 결과였으니!

팀원 모두 동일 목표에 쏟은 피땀을 짐작할 수 있어서 더욱 장하고 기특하다. 게다가 또 자유형 200m 결승 진출이라니, 메달을 주렁주렁 걸고 돌아오리라, 생각만 해도 감격스럽다. 더구나 선수들이 어리고도 젊어서, 우리나라의 앞날이 양양해서 더욱 힘이 난다.

우리 경제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로 절망의 늪에 빠졌을 때, 양말을 벗고 연못에 들어가 공을 날린 박세리는 누구에게도 잊혀질 수 없으리니. 그 어린 소녀의 발목. 새하얗고 새까맣던 박세리, 그 발목은 가슴 뭉클한 감동 자체가 아니었던가. 부모에게 떼쓰고 어리광 부릴 나이에, 거듭된 훈련이 얼마나 혹독했으면…. TV를 시청하던 모두가 눈시울을 적셨지.

박세리의 우승은 곧 대한민국의 우승이었으니, 좌절과 패배감에 주저앉았던 우리는 박세리의 발목 힘으로 용기와 자신감과 자부심을 얻어 일어설 수 있었다. 살맛은커녕 살아낼 의욕도 의지도 잃어버렸던 우리는 박세리의 발목 덕에 오늘까지 살아 새로운 성공신화의 주인공들에게 박수갈채를 보낼 수 있다 해도 과장이 아닐 듯.

우리가 그러했던 바로 그때에, 10대 어린 아이 신지애도 박세리를 닮고 싶은 동일시 모델(identification model)로 삼았다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 기자회견에서 “아직도 박세리는 나의 영웅”이라 했고, 그때 열 살 전후의 박인비 오지영도 그러했다니, 이 딸들을 박세리 키즈라고 왜 아니 애칭 하랴.

절망한 국민에게 용기와 자신감

한 영웅이 다음 세대에 영감과 자신감을 불어넣어, 영웅이 영웅을, 천재가 천재를 낳는 선순환(善循環) 구조가 만들어진다. 한 명의 인재가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말은, 21세기 지식사회의 성장 동력은 인재뿐이라는 것. 더구나 별다른 자원도 없이 강대국 틈에서 부대끼는 우리에게는 일만 분야에 일만 번도 옳고 맞는 말이다.

박태환 같은, 김연아 같은, 박세리 같은, 장하고 기특한 우리 선수들 같은, 닮고 싶은 모델을 모든 분야에서 많이 키워내는 것만이,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의 국민에게는 최선의 생존전략이 아닐 수 없으리니. 일찍부터 강대국들도 인재양성에 최우선으로 투자해 온 바로 그 이유인 것을. 그래서 우리 선수들이 이룩해낸 성공신화가 더욱 값지고 장하고 기특하다마다.

유안진 시인·서울대 명예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