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先 지방발전-後 수도권 규제 완화’ 현실성 있나

  • 입력 2008년 7월 21일 22시 58분


정부는 혁신도시를 계속 추진하고 수도권 규제완화는 지역발전 효과가 가시화된 뒤에 추진하겠다고 어제 밝혔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혁신도시 사업을 재검토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한 지 약 3개월 만에 이를 백지화한 것이다. 혁신도시는 노무현 정부의 대표적인 ‘대못’ 정책으로 무려 43조 원의 사업비를 들여 125개 공공기관을 전국 10곳에 흩어놓는 계획이다. 감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 정부는 혁신도시의 경제성을 짜 맞추느라 개발효과를 턱없이 부풀렸다.

정부는 대선 핵심공약인 수도권 규제완화도 뒤로 미루었다. 당초 수도권을 묶어둔 채 지방에 반사적 이익을 주는 것으로는 국가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안 된다며 수도권 규제를 풀겠다고 했으나 이것도 지방의 반발에 밀려 결국 유야무야로 끝내려는 것이다.

정부는 ‘상생·분권정책’이라고 포장을 바꿨지만 노 정부의 균형발전정책을 사실상 승계한 셈이다. 정부 실무자가 “혁신도시 유지도 아니고 재검토도 아니다”라고 얼버무린 게 현실을 말해준다. 촛불시위에 덴 이 정부가 ‘논란이 될 정책은 보류한다’는 방침을 내비친 이후 잘못된 정책을 그대로 떠안고 가기로 한 것이다.

낙후한 지방을 발전시킨다는 정책을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렇지만 엄청난 돈을 써가며 공공기관을 이전하는 것만으로는 자칫 ‘유령도시’를 만들고 공공기관의 비효율성만 높일 공산이 크다. 특히 공기업 민영화를 강력하게 추진하자면 공기업을 지방에 나누어 주는 혁신도시의 틀을 수정해야 하는데도 현 정부는 그럴 의지를 보여 주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입버릇처럼 수도권 규제완화를 부르짖었다. 그래놓고 지금에 와서는 지방 경제 활성화가 이뤄지고 난 뒤 진행 경과에 따라 수도권 규제 중 풀 것은 풀겠다고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 지방 경제가 살아나기까지 기다리자면 수도권 규제완화는 부지하세월이다. 수도권 경제를 활성화해 그 성장의 여파가 지방으로 확산되는 정책이 차라리 현실적이다.

경기도는 수도권 규제 때문에 투자를 미루고 있는 금액이 25조 원에 이른다고 하소연한다. 서민이 일자리가 없어 죽겠다고 아우성인데 경제 활성화를 가로막는 핵심규제를 그냥 두겠다는 것이다. 이러고도 ‘경제 살리기’ 정부라고 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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