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심명필]北 황강댐이 임진강 물 말린다

  • 입력 2008년 7월 14일 03시 01분


임진강 물이 말라가고 일부 구간은 강바닥을 드러냈다. 금년 들어 부쩍 낮아진 수위로 주민들이 영문도 모른 채 애를 태웠다고 한다. 갑자기 불어난 수위로 어민에게 피해가 생겼다. 이는 북한이 임진강 상류에 5개의 댐을 건설하기 때문이다.

군사분계선에서 임진강 상류 쪽 42.3km 지점에 위치한 황강댐은 높이 34m, 길이 880m에 저수용량 3억 m³가 넘는 대규모 댐으로 약 4km의 인공수로를 통해 물을 예성강으로 돌려놓는다. 남측에서 용수 부족 발생 문제를 제기했으나 북측은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북한은 수년 전부터 북한강 상류의 금강산댐(임남댐)을 건설하여 화천댐의 연간 유입량 17억 m³도 차단한다.

황강댐 유역 면적은 임진강 유역의 35%에 이른다. 임진강의 연간 유출량 52억6000만 m³ 중에서 황강댐이 차단하는 수량은 최소 9억4000만 m³에서 최대 21억 m³로 추정된다. 황강댐은 지난해부터 담수를 시작했다. 금년 후반기에 담수가 완료된다면 경기도의 물 부족이 심각해진다. 특히 임진강 본류에서 취수하는 파주시와 연천군은 농업용수 부족으로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홍수 위험도 우려된다. 임진강 유역은 상습 침수지역으로 연례행사처럼 피해를 보았다. 폭우가 내릴 때 북측에서 황강댐을 열어 일시에 많은 물을 방류하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피해가 커진다. 정부는 임진강 본류에 7000만 m³ 규모의 군남홍수조절지와 지류인 한탄강에 2억7000만 m³의 홍수대비용 한탄강댐을 건설 중이다. 군남홍수조절지는 2010년 6월 완공 예정이라 하니 그때까지는 마음을 졸이며 북측의 눈치만 보아야 할 것인가.

국경의 경계선이 되거나 여러 국가를 흐르는 강이 많다. 이러한 공유하천은 공유국의 동의 없이 변경할 수 없고 필요하다면 상호 협의하는 것이 국제법상의 관례이다. 공유하천의 물이용 원칙은 합리성과 형평성에 근거해야 하고 공동이익을 위한 신뢰성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공유하천은 50개국에 210여 개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댐을 일방적으로 건설하는 사례는 세계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항의 한 번 못하고 일방적으로 당하는 사례는 더 찾기 힘들 것이다. 황강댐과 관련하여 몇 가지를 제언한다.

첫째, 용수 부족과 홍수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적절한 방안이 필요하다. 홍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군남홍수조절지와 한탄강댐의 완공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 그리고 용수 부족분에 대한 공급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북측에 임진강, 북한강 등 공유하천의 수리권을 강하게 주장해야 한다. 이 문제는 남측에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주고 수도권의 안보를 위협하는 중대한 사안이다. 공유하천은 남북 당사자가 협상을 통해 풀어야 한다. 북측의 발전과 용수 손실이 있다면 경제적 보상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북한이 성의를 갖고 답해야 한다.

셋째, 신뢰를 통한 남북 간의 수자원 협력이 최선의 방책이다. 북한 수자원을 남북이 공동으로 개발하는 방안을 제의하자. 북한의 수자원과 치수시설은 열악하고 전력 문제도 심각한 반면에 우리의 친환경적 댐 개발 기술은 세계적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 주민에게 맑은 물을 공급하고, 민둥산의 홍수를 막고, 친환경 재생에너지인 수력발전을 개발하면 인도적이고 평화적인 경제지원 수단이 된다. 이를 위해 먼저 남북수자원 공동협의기구를 구성해야 한다. 최근 들어 남북 간의 경직된 많은 문제는 물로써 물꼬를 틀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심명필 한국수자원학회장 인하대 토목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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