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생각의 기술은 성공의 열쇠

  • 입력 2008년 7월 5일 03시 03분


《역사 속의 천재들은 생각하는 방식이 달랐다. 다산(茶山) 정약용은 유배생활 18년 동안 500권에 가까운 책을 썼다. 한 달에 두 권 이상 쓴 것이다. 언뜻 불가능해 보이는 경이로운 성과 뒤에는 생각의 힘이 있었다. 정민 한양대 국문과 교수에 따르면

다산은 200년 전에 이미 컴퓨터 계산 프로그램인‘엑셀’의 원리를 이용했다.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릉(경기 화성 소재)의 식목 사업을 마무리 짓고 신하들에게 물었다. “지난 7년간 인근 8개 고을에서 나무를 심었다. 이제 논공행상을 하련다.

심은 나무가 모두 몇 그루이며, 어느 고을이 가장 많이 심었는가?”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했지만,다산은 한 수레 분량의 공문을 순식간에 정리해 결과를 표 한 장으로 보고했다.》

생각의 계발과 활용은 개인뿐 아니라 기업에서도 활발하다. 인텔과 오라클, 보잉 등 글로벌 기업은 조직원들에게 다양한 사고 방법을 교육하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 13호(7월 15일자)는 사고의 기술을 키울 수 있는 세 가지 핵심 솔루션을 소개했다. 창의적 사고는 아이디어 창출 과정, 전략적 사고는 실제 전략수립 과정, 시각적 사고는 생각을 정리하고 명확히 하는 데 각각 도움이 되는 방법론이다.

○ 창의적 사고-시각을 바꿔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의적 사고는 관점과 시각을 바꿔 새로운 아이디어와 비즈니스를 만들어 내는 사고법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시계 산업의 역사다.

스위스 시계가 인기를 얻은 것은 정밀하게 시간이 잘 맞았기 때문이었다. 스위스의 산악지방 장인들은 정교한 손놀림으로 세계에서 가장 정확한 제품을 만들어냈다. 이때 사람들은 시계를 정밀제품으로 바라봤다.

일본의 전자시계는 다른 관점을 도입해 시계 산업의 지형을 바꿔놓았다. 일본 사람들은 1950년대 전자공학이 발전하자 시계를 전자제품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후 값싼 전자시계가 대량으로 사람들에게 판매되면서 시계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시계를 만들어서는 돈을 벌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때 스와치는 ‘시계=패션’이라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시계에 시간을 보는 기계로서의 가치보다 패션을 완성한다는 더 큰 역할을 부여함으로써 한 사람에게 7, 8개의 시계를 팔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스와치는 세계에서 시계를 가장 많이 판 회사가 됐다.

창의력 전문가인 박종하 ‘더 브레인즈’ 대표는 “아이디어 발상의 원리는 인식을 자극하고, 새로운 인식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간의 사고 원리(생각=인식+처리)를 살펴보면 사람의 생각은 사물을 접하는 초기의 순간인 인식에서 거의 다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나온 창의적 아이디어를 만드는 방법이 바로 ‘계시’를 받는 것이다. 이 방법은 주위에서 무작위로 사물을 골라 그것으로부터 새로운 인식을 찾는다. 당신이 공무원이고, 상사에게서 ‘놀이공원에서 길 잃은 아이들을 찾는 새로운 방법을 고민해 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하자.

계시를 받기 위해 무작위로 고른 첫 단어는 우체통이다. 그렇다면 ‘우체통은 동네 곳곳에서 편지를 모으는 역할을 한다. 놀이공원에도 우체통과 같은 것을 곳곳에 놓고 길을 잃은 아이는 일단 그곳에 앉아 있게 하자. 그러면 집배원처럼 놀이공원의 직원이 수시로 달려가 아이를 보호소로 데려올 수 있다’는 식으로 생각을 전개할 수 있을 것이다.

○ 전략적 사고-문제의 핵심을 찾아 논리적으로 해결

전략적 사고는 기본적으로 남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고 자신이 생존할 길을 찾는 방법론이다. 이를 위해서는 스스로를 끊임없이 개선하고 발전시켜야 하며, 현재 상황에 대해 철저한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따라서 전략적 사고의 출발점은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는 ‘문제 인식과 해결형’ 사고라고 할 수 있다. 구내식당에서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 있을 때 ‘오늘따라 왜 이리 사람이 많아? 정말 짜증나네’라고만 생각하면 결코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할 수 없다. 전략적 사고를 하는 사람은 ‘오늘은 월요 교육 때문에 식당이 붐비는 것 같네. 그렇다면 식사시간을 부서별로 정하거나, 좀 더 간단한 메뉴를 개발해서 식당의 회전율을 높여야 하지 않을까’와 같이 생각한다.

또 전략적 사고는 복잡한 문제의 핵심을 찾아 논리적으로 해결하는 기술이다. 이때는 전체를 잘게 쪼개 분석하면서 동시에 전체적 관점도 놓치지 않는 접근법이 필요하다. 이런 사고에 적합한 생각의 도구가 바로 논리나무(logic tree)다. 논리나무는 특정 이슈를 가장 기본적인 요소가 나올 때까지 나뭇가지 모양으로 나누며 전개하는 기법이다.

김재문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로직트리를 통해 이슈를 최하단까지 분해하면 문제의 원인과 전략적 대안의 구조를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시각적 사고-이미지를 이용하면 더욱 명확해져

시각적 사고는 추상적 개념을 이미지, 도식, 기호 등으로 시각화해 생각의 재료로 사용하는 기술이다. 시각적 사고를 사용하면 생각을 빠르고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으며, 선형적(언어적) 사고를 벗어난 입체적 사고와, 전체를 한눈에 조망하는 종합적(holistic) 사고를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시각적 사고법에는 마인드맵과 민토 피라미드, 시스템적 사고 등이 있다. 마인드맵은 1970년대 초 영국의 교육심리학자인 토니 부잔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메모에서 영감을 얻어 개발했다. 중심이 되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해 관련 세부 정보를 생각의 흐름에 따라 방사형 구조로 전개하는 것이 특징. 중심에서 뻗어나가는 가지는 중심에 가까운 것일수록 중요도가 크고, 바깥에 있을수록 세부적인 사항에 해당한다.

마인드맵 교육기관인 부잔코리아의 권봉중 이사는 “마인드맵은 특정 사안에 관련한 정보를 체계적이며 빈틈없이 정리하고, 이를 기반으로 시사점과 결론을 끌어내는 방법론”이라고 설명했다. 해외기업에서는 마인드맵의 업무 활용이 매우 활발하다. 미국 보잉은 기계공학 매뉴얼을 약 762m 길이의 마인드맵으로 요약했다. 그 결과 이전에는 최고 기술자 100명이 한 팀이 되어 연구해도 몇 년 걸렸던 내용을 단 몇 주 만에 완전히 해결할 수 있었으며, 약 1100만 달러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었다.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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