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공종식]쇠고기 정국, ‘한국의 매케인’은 없나

  • 입력 2008년 7월 4일 02시 58분


미국 경제학자들에게 ‘자유무역이 사회 전체에 유리한가’라는 질문을 던지면 대부분은 “그렇다”라고 대답한다. 그것이 그들이 아는 ‘진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미국에서 자유무역은 인기가 없다. 가장 큰 이유는 일자리를 잃은 미국인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자유무역이 미국에 많은 새 일자리를 만들어 주었고, 질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소비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은 간과되기 일쑤다.

정치권에서도 ‘자유무역 때리기’가 한창이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미국 일자리를 빼앗아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도 “NAFTA를 재협상하겠다”고 말했다.

이 역시 자유무역을 싫어하는 유권자들의 표심(票心)을 의식한 계산된 발언으로 보인다.

반면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최근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그는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의회에 계류 중인 콜롬비아를 방문해 FTA 통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얼마 전에는 캐나다에서 “NAFTA 재협상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당장의 정치적 이해관계보다는 국익을 고려한 발언이었다.

그는 예비 경선 중 미시간 주의 자동차 공장 근로자들 앞에서 “문을 닫은 자동차 공장을 다시 열기는 어려우며 재교육 등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라는 ‘바보 같은’ 연설을 하기도 했다. 그는 결국 그곳에서 패했다. 그는 공화당 지지자들이 극도로 싫어하는 이민법 개정에 앞장섰다가 경선과정에서 대가를 치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점 때문에 매케인은 ‘소신의 정치인’이라는 평을 듣는다. 선거 전문가 대부분이 11월 대선에서 오바마의 승리를 예상하면서도 매케인의 역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것은 그 때문이다.

미국산 쇠고기 이슈가 정국을 흔들고 있는 대한민국은 어떤가. 정치권의 많은 지도자급 인사와 원로들이 사태를 관망하며 사실상 침묵을 지키거나 애매한 발언만 간헐적으로 내놓을 뿐이다. 이들이라고 “미국인들이 자기들이 먹지 않는 광우병 쇠고기를 한국에 내다 팔려 한다”는 식의 주장의 ‘진실’이 무엇인지 모를 리는 없다.

매케인처럼 비록 국민이 듣기 싫어하더라도 국익을 위해 할 말은 하는 ‘바보 정치인’을 한국에서 기대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일까.

공종식 뉴욕 특파원 k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