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기용]교사 폭행 막을 ‘소통 시스템’ 없나

  • 입력 2008년 6월 3일 02시 55분


지난달 22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 6학년 남학생이 담임 여교사를 폭행한 사건에 이어 이번에는 학부모가 아들의 담임교사를 폭행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 강남교육청과 강남경찰서 등에 따르면 중학교 2학년 아들이 학교에서 동급생과 싸운 일 때문에 학교를 찾아온 최모(49) 씨가 아들의 담임인 오모(47) 교사를 때려 전치 4주의 상처를 입혔다는 것.

병원에 입원 중인 오 교사는 최 씨를 경찰에 고소했고, 최 씨는 오 교사가 자신을 먼저 때렸다며 맞고소했다. 결국 경찰 수사를 통해 잘잘못을 가려야 할 일이지만 우리의 교육현장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됐나 개탄의 목소리가 많다.

교권이 무너지면서 학부모나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는 일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학부모와 학생이 교사를 직접 폭행하거나 협박한 사건이 26건이나 된다. 숨겨진 사건까지 합치면 훨씬 많을 것이다.

교사가 심하게 야단이라도 치면 학생들이 당장 휴대전화 동영상을 들이대고, 경찰에 신고전화를 거는 일도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학교에서 폭력사건이 나면 대부분의 학교장은 은폐하기에 급급하다.

서울시교육청은 2일 교사를 폭행한 학생에게는 학칙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학부모의 경우 학교장이 사법기관에 고발하는 등 교권침해에 엄정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사법적 대응을 위해 변호사를 통한 법률 지원도 해줄 방침이다.

교총은 교사 학부모 학생 등 교육의 3주체 사이의 분쟁 해결을 위해 ‘학생교육 및 교원의 교육활동보호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올해 초 ‘교육력 1위’로 알려진 스웨덴의 한 학교를 방문했을 때 초등학교에서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의무적으로 만나도록 법으로 정한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법이 없어 못 만나는 것은 아니지만 시스템을 통해 이를 적극 권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스웨덴 교육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니,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은 차치하더라도 사제 간 관계가 세태보다 더 빠르게 변질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교육계가 ‘교원의 권위’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좋지만 학생과 학부모의 목소리에 얼마나 귀를 기울이고 친절하게 대하고 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김기용 교육생활부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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