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 늘어서 있는 비슷비슷한 모습의 화환들을 보면 언제나 느끼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참 아깝다는 생각입니다. 저렇게 버려지는 꽃이 얼마나 많을까? 저 꽃을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큰 액수일까?
도대체 어떤 효용이 있기에 사람들은 그런 큰 비용을 지불할까요? 아마도 상주나 행사를 하는 주최 측으로서는 썰렁한 채로 있는 것보다 뭔가 많이 들어서면 꽉 채운 느낌을 받을 것이고, 각계각층으로부터 축하와 위로를 받고 있다는 만족감도 가질 것 같습니다. 보낸 사람으로서는 자신이 이 행사에 관심이 있음을 공개적으로 표현하는 요긴한 방법이 되기도 하겠네요.
얼마 전 제가 준비했던 행사에 축하 난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이렇게 잊지 않고 관심을 가져 준 것이 고맙기도 하고, 내용이 어떻든 잘 차려놓은 것 같아 괜스레 뿌듯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곧 저걸 다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결국 행사 다음 날 용달차를 불러 이곳저곳으로 나눠 줘야 했지요. 그렇게 나눠 주는 것도 민폐가 아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래전에는 무슨 허례허식 추방운동이었던가 하는 것이 있어, 화환도 몇 개 이상은 절대로 놓지 못하게 하곤 했었지요. 그 당시 정부가 개인의 일에 왈가왈부하는 것이 매우 웃기는 일이라고 빈정거리기도 했는데, 오히려 지금은 그런 것이라도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조차 듭니다. 아마도 나이가 들면서 저도 상당히 ‘계몽적’으로 변해 가나 봅니다. 하긴, 하나 둘씩 안 보내기 시작하면 또 어느 순간 다들 안 보내게 될 수도 있을 텐데….
며칠 전 동생이 취임식을 한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번뜩 ‘그래도 취임식이라는데 명색이 누나가 되어서 화환이라도 하나 보내 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아이고, 바로 내가 문제일세. 다른 사람들 보고 뭐라고 그럴 일이 아니네!’ 하는 생각에 쓴웃음이 지어졌습니다.
여정성 서울대 생활과학대 소비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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