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카페]말뿐인 ‘재난대응 IT시스템’ 구축

  • 입력 2008년 5월 28일 02시 59분


《중국 쓰촨(四川) 성 대지진 참사 희생자가 어느덧 9만 명에 육박했습니다. 한국도 천재(天災)이건, 인재(人災)이건 대형 재난재해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않습니다. 그런 비극이 터질 때마다 정부는 첨단 정보기술(IT)을 동원한 재난재해 대응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다짐해 왔습니다. 쓰촨 성 대지진을 계기로 정부의 그 약속을 점검해 봤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실망스러웠습니다.

정부는 2004년 남아시아 지진해일(쓰나미)과 2005년 강원 고성군 산불이 발생하자 ‘재난 문자방송 서비스(CBS)’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재난 발생 시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재난정보 문자메시지를 해당지역 주민의 휴대전화로 보낸다는 구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이 메시지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전체 휴대전화 가입자의 46%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최근 1년 사이 1000만 명 이상으로 늘어난 3세대(3G) 이동통신인 광대역부호분할다중접속(WCDMA) 방식 휴대전화 가입자가 재난 문자방송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더군요.

2002년 8월 태풍 루사, 2003년 2월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때는 소방, 경찰, 구호기관들 간에 정보교환이나 지휘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부각됐습니다. 각기 다른 무선망을 사용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후 정부는 ‘재난 통합지휘 무선 통합망’ 구축사업을 추진했습니다. 많은 세금이 들어갔지만 성과는 거의 없었습니다. 오히려 올해 초 감사원으로부터 “예산 과다 투입 등 사업 추진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사업은 중단됐습니다.

한국을 흔히들 ‘IT 강국(强國)’이라고 합니다. 그런 국가 이미지를 지켜 나가려면 ‘용두사미’식 재난재해 대응시스템의 총체적 점검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진정한 강자는 위기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법이니까요.

김지현 기자 산업부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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