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방형남]한미 미일동맹을 2인3각으로

  • 입력 2008년 5월 27일 19시 58분


지난주 목요일 해외 주둔 미군기지 가운데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공군기지를 방문했다. 주일(駐日) 미 공군력의 절반이 배치된 곳으로, 군산과 오산 미군기지를 합친 것보다 큰 덩치가 방문객을 놀라게 한다. 이 기지에 주둔하는 항공기와 장비 시설을 돈으로 따지면 무려 60억 달러(약 6조 원)에 이른다. 미군의 브리핑을 듣고 기지를 둘러보면서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안보와 안정을 위해 전진 배치(Forward Deployment)된 미군의 힘을 절감했다.

오키나와에서 본 亞太세력판도

보이지는 않지만 멀리 한반도 쪽을 바라보며 일본 본토에서부터 오키나와에 이르기까지 미군기지를 차례로 방문하면서 익숙해진 사진을 떠올렸다. 일본 열도를 위쪽에 놓고 한반도와 중국 및 러시아를 아래쪽으로 가게 한 위성사진이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길게 펼쳐진 섬나라 위에 미국과 일본 동맹이 위치하고, 아래쪽 유라시아 대륙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미일 동맹에 맞서 있다. 중간은 분단된 남북한의 자리다. 아·태지역의 안보환경을 이보다 더 압축적으로 보여줄 수는 없다.

모름지기 한반도의 지정학적 절박성을 체감하려면 한 번쯤 오키나와를 방문해 전후좌우를 멀리 크게 둘러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북한을 갈라 붙이면 이른바 남방 3각(한미일)과 북방 3각(중-러-북)의 대립구도가 된다. 그런 구도에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목표는 어디인가. 한미, 미일 동맹 외에는 지역의 평화와 안보를 확보할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오키나와를 포함해 일본 곳곳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을 한반도 평화를 위한 버팀목으로 적극 활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미일 안보조약 6조는 ‘일본의 안보와 극동지역의 평화와 안보를 위해 미국은 일본에 주둔하는 육해공군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미일 주둔군지위협정(SOFA)은 좀 더 구체적으로 한반도 유사 시 미군 파병의 길을 열어놓았다.

오키나와에서는 서울이 도쿄보다 가깝다. 서울은 1250km 떨어져 있는데 도쿄까지는 1600km나 된다. 항공기는 불과 2시간 만에 북한까지 출동할 수 있다. 민간에서는 ‘시간은 돈’이라고 하지만 군에서는 ‘시간이 생명(Time is life)’이다. 오키나와 주둔 미군은 북한을 향한 억지력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중국과 러시아도 무시할 수 없는 강력한 안보자산이다. 현명한 국민이라면 최악의 상황에까지 대비하고 있는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을 방패삼아 평화와 번영을 만들어가야 한다.

1주일간 주일 미군기지와 일본 외무성 방위성을 방문하면서 한국 기자단이 줄곧 제기한 의문은 일본의 전수방위(全守防衛) 의지와 한미 미일동맹의 우선순위였다. 동맹문제에 대해 패트릭 리네핸 주한 미대사관 공보참사관이 명쾌한 해답을 내놓았다. 리네핸 참사관은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의 우선순위를 묻는 질문은 24명의 손자 손녀를 둔 그의 할머니에게 “누가 제일 좋으냐”고 묻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는 “모두를 똑같이 사랑한다”는 것이 할머니의 대답이라면서 한미 미일동맹의 목표는 똑같이 동아시아의 안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일 주재 미대사관을 오가며 15년을 근무한 양국문제 전문가다. 주일미군 관계자와 다른 미 외교관들도 미국은 한국과 일본을 아·태지역의 중요한 우방이자 전략적 자산으로 보기 때문에 한일이 경쟁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거들었다.

美핵항모 8월 日에 온다

의문을 정리하니 일본의 동맹외교로부터 배울 점이 많이 보였다. 이달 말 재래식 항공모함인 키티호크가 요코스카를 떠나고 대신 핵추진 항모 조지워싱턴이 8월에 배치된다. 지금 분위기라면 한국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일본 정부는 국민의 반핵정서를 극복하고 미일동맹을 위해 핵 항모 배치를 수용했다.

일본이 다시 전쟁의 망령에 사로잡히지 않는 한 미일동맹은 우리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한일관계를 상정하지 않더라도 친구(美)의 친구(日)는 적이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키나와를 떠나면서 한미 한일동맹이 2인 3각의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한반도 안보 대책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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