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홍창의]대폭 올렸던 경유세 내려 물류대란 예방을

  • 입력 2008년 5월 27일 02시 58분


경유 값이 마침내 휘발유 값을 넘어섰다. 요즘 갑자기 경유 값이 폭등한 이유에 대해 정부는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정부는 입을 굳게 닫고 있고 언론과 서민들만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이다. 경유는 물류와 직결되기에 정부가 수수방관하기에는 파문이 너무 커 조기에 진압하지 않으면 큰불로 번질 우려가 있다. 최근 경유 값 상승의 원인을 살펴보자.

첫째 이유는 이른바 제2차 에너지 세제개편으로 조성한 경유 ‘세금폭탄’이 원인이다. 외환위기 무렵 은근슬쩍 교통세와 교육세 명목으로 휘발유 세금을 대폭 인상했다. 휘발유세를 내리라는 요구에 대해 휘발유 세금에 비해 경유 세금이 너무 낮으니 그것마저 세금을 인상하겠다는 것이 에너지 세제개편의 골자였다. 정부는 유류세를 인하하라는 주장이 거세질 때마다 동문서답하고 있다.

두 번째 이유는 환율 때문이다. 새 정부는 ‘경제성장률 7% 공약’에 발목이 잡혀 1970년대식 수출 드라이브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 같다. 수출을 늘리기 위해 환율 상승을 방치하다 보니 거의 모든 나라 화폐에 대해 약세인 달러화가 유독 원화에 대해서는 강세다. 수출을 위한 일방적 환율 정책보다는 수입과 수출을 함께 고려하는 환율정책으로 바뀌어야 한다.

세 번째 이유는 국제유가의 변동이다. 유가가 어디까지 치솟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과거부터 원유가 추세를 보면, 지난 30년간 기름 값은 꾸준히 상승했다. 1973년에 원유 1L에 19원 하던 것이 1974년에는 74원이 되고 1979년에는 126원, 최근 몇 년 사이에는 급기야 700원을 넘어섰다.

그런데 원유를 표현할 때의 단위는 배럴(158.9L)이다. 두바이유 1배럴에 116달러다 하면 굉장히 비싸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1L로 따져 730원이라 하면 수출국 관점에서 생수 값이 1L에 1,000원이 넘어가니 아직 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 가격이 꾸준히 상승했기에 앞으로도 계속 기름 값은 오를 것이다. 지금이 고유가 시대라곤 하지만 앞으로 10년, 20년 뒤에 지금을 저유가 시대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국제유가는 정부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 오르막길을 계속 달리는 것이기에 이를 탓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국가의 물류를 책임지고 있는 화물운송 차량과 경유차량 이용자들을 구하기 위해서라도 경유 세율과 환율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세수입 증대’보다는 ‘물류비용 감소’ 쪽으로, 그리고 ‘수출 성장 위주’보다는 ‘물가 안정’ 방향으로 초점이 옮겨져야 한다. 즉, 경유세율을 낮추고 환율도 상승 쪽으로만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이런 주장을 외면한다면, 서민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는 것이다. 물류는 인체에서 피가 흐르는 것과도 같다.

경유세와 높은 환율이 콜레스테롤이 돼 국가 물류의 동맥경화가 되지 않도록 정부가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해 주기를 촉구한다.

홍창의 관동대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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