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화중]아빠 힘내세요, 금연 도와드릴게요

  • 입력 2008년 5월 27일 02시 58분


알파걸, 슈퍼맘 신드롬이 한창이다. 과거에 비해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고 외부 활동이 늘어난 것에 대한 사회적 흐름을 대변하는 말일 것이다. 한편으로는 가정과 사회에서 여성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빗대 표현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한국금연운동협의회에서 발표한 흡연율 통계에 따르면 20세 이상 성인 남성의 흡연율은 42%로 나타났다. 여성의 흡연율(4.2%)에 비하면 매우 높다. 더구나 30대 남성의 54.9%, 40대 남성의 43.7%가 담배를 피운다. 흡연으로 가족에게 직간접적인 피해를 주는 30, 40대 남성의 흡연율이 높아 걱정이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에서 지난해 흡연자 남성과 여성 배우자 25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는 흥미로운 시사점을 던져준다. 여성의 91%는 집안에서 금연을 원하지만, 남성 흡연자의 42%는 아직 집안에서 흡연하고 있다고 답했다. 여성의 56%는 흡연으로 남편과 갈등을 겪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문제는 흡연이 가정의 갈등만 불러오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담배 속에는 해를 주지 않는 장기가 없을 정도로 해로운 물질로 가득하다.

의료계는 흡연을 ‘니코틴 중독에 의한 만성질환’으로 규정하고 있다. 중독성이 강한 만큼 개인의 의지만으로 금연하기는 힘들다. 금연을 위해서는 의료진과의 전문적인 상담과 치료가 뒤따라야 한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지난해 말부터 ‘담배연기 없는 건강한 가정 만들기’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사회와 가정에서 여성의 역할이 중요해진 만큼 가족의 금연 문제에도 여성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뜻으로 시작한 활동이다.

3년 동안 전국에 금연가정 30만 가구 만들기가 목표다. 캠페인을 펼치면서 금연은 교육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달았다. 남성 흡연자의 72%는 금연에 성공하는 데 ‘아내와 자녀의 지지와 독려’가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비흡연자가 담배를 배우지 않도록 하는 정책에 더 큰 비중을 두었다.

하지만 흡연자가 담배를 끊도록 지원하는 방법이 흡연율을 낮추는 데 더 효과적이다.

흡연자가 쉽게 금연 의지를 갖게끔 보험급여를 가능하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미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금연치료의 보험급여를 시행하고 있다.

살을 빼는 것과 담배를 끊는 것이 가장 어려운 것이라고 한다. 5월 31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세계 금연의 날’이다. 금연은 나와 내 가정,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중대한 결심이자, 노력이 필요한 실천이다. 그들을 위해 여성과 의료계, 정부가 힘을 실어줘야 할 때다.

김화중 한국여성단체협의회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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