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PD저널리즘의 무책임성 보여준 PD수첩

  • 입력 2008년 5월 21일 03시 01분


언론중재위원회가 지난달 29일 방영된 MBC PD수첩 ‘긴급취재!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에 대해 일부 정정 보도문을 방영하라고 직권 결정했다. 중재위에 따르면 ‘주저앉는 소’ 동영상은 미국 동물보호단체가 만든 동물 학대 고발용이었는데도 PD수첩은 광우병 의심증세로 사망한 미국 여성과 함께 내보냈다. PD수첩은 미국 여성과의 인터뷰 내용을 오역해 인간광우병 의심 증상으로 숨졌다고 소개했고, 미 농무부가 인간광우병이 아니라고 발표한 내용은 밝히지도 않았다.

PD수첩의 광우병 보도는 한 달간 우리 사회를 뒤흔든 괴담(怪談)의 진원지나 다름없다. 이번에 중재위가 정정을 결정한 ‘주저앉는 소’ 동영상이나 ‘한국인이 특정 유전자형 때문에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는 광우병 공포를 급속하게 확산시켰다.

방송국 PD들이 보도의 영역에 진입한 PD저널리즘은 한 가지 주제를 깊이 파고드는 취재 방식으로 황우석 박사 논문 조작 같은 특종을 터뜨려 때론 호평도 받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의도된 결론에 꿰맞추는 듯한 보도로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취재 과정에서 취재원을 협박하고 몰래카메라로 인터뷰 내용을 녹취하는 불법적 취재 관행도 드러났다. KBS1 ‘이영돈 PD의 소비자 고발’의 중금속 황토팩 보도는 정정 및 반론 보도 결정을 받았다.

취재와 보도 과정에서 내부 검증시스템이 취약한 것도 문제다. 기자들의 경우 여러 단계에서 검증(게이트 키핑) 과정을 거치지만 PD저널리즘은 PD 1, 2명과 작가 1∼3명으로 이루어진 팀 안에서 거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 PD수첩의 광우병 보도는 결론을 정해 놓고 ‘팩트(사실)’를 짜깁기한 보도의 전형을 보여준다. 조원철 부장판사는 “PD수첩의 보도가 국론이 분열될 정도의 사안이어서 중재부가 신속히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해 직권조정을 했다”고 말했다. MBC와 PD수첩 제작진은 오류와 과장이 명백하게 드러난 만큼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