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규한]中 쓰촨성 학교 재앙 ‘강 건너 불’ 아니다

  • 입력 2008년 5월 21일 03시 01분


중국 쓰촨(四川) 성에서 발생한 대지진 참상과 미얀마의 초대형 사이클론 피해를 보면서 자연재해 예방 교육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지구상에서 발생한 지진, 화산 폭발, 홍수, 허리케인, 사태, 산불 등과 같은 자연재해로 매년 평균 약 15만 명의 인명 피해와 약 500억 달러의 재산 피해가 발생한다. 인명 피해와 경제적 손실 외에도 정신적 피해로 인한 사회의 생산성 약화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유라시아 대륙판에 위치한 한반도는 지진의 안전지대만은 아니다. 쓰촨 성 지진은 지질학적으로 인도대륙판이 유라시아대륙판과 충돌하는 대륙충돌대의 동남단 룽먼산 단층대에서 발생했다. 이 같은 지진활동 빈발지역과는 달리 장기간 지진이 없던 곳을 지진공백(seismic gap) 지역이라 한다. 이곳에는 잠재적 응력이 축적됐다가 때가 되면 지진을 일으킨다. 한반도에도 9000만 년∼1억3000만 년 전에 이자나기판이 유라시아판 밑으로 섭입(攝入·지구의 표층을 이루는 판이 서로 충돌해 한쪽이 다른 쪽의 밑으로 들어가는 현상)하면서 큰 지진과 화산활동이 빈발했다. 신생대 때는 동해가 형성되면서 한라산, 백두산, 울릉도 독도 등지에서 거대한 화산활동과 지진이 일어났다. 현재는 태평양판과 필리핀해판이 섭입하는 배호분지 배후에 위치해 지진 활동이 뜸한 편이다. 그러나 지진 잠재에너지가 지각 하부에 계속 축적되고 있다. 휴화산인 백두산도 재폭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학자들은 조심스럽게 예견하고 있다.

다행히 역사시대에 들어와서 한반도는 지질학적으로 판구조운동과 관련된 지진, 화산활동, 지진해일(쓰나미) 등의 자연재해의 위험도가 낮아졌지만 홍수, 태풍 등과 같은 자연재해가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중생대 백악기와 신생대 플라이스토세에 격렬한 화산활동과 지각변동이 한반도를 휩쓴 지질학적 사실에서 보듯 한반도에도 지진, 화산활동 등 지질재해 위험은 상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주변 국가에서 발생하는 자연재해를 가볍게 보아 넘길 수만은 없다. 자연재해를 막을 수는 없겠지만 재해 예방 교육과 과학적 지식을 활용하면 그 피해를 줄일 수는 있다. 자연재해는 반복적으로 일어나므로 먼저 재해의 역사적 기록을 공부해야 한다. 과거의 관측·기록 자료를 분석하면 발생빈도, 형태 등을 예측할 수 있고 위험 분석도 가능하다. 지진, 화산활동, 홍수나 하천의 범람, 사태 등의 역사적 기록이나 항공사진 등을 분석해 과거의 지질, 지형변화와 재해 현상을 재구성해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지진, 화산, 홍수 발생 빈도나 규모 등 통계자료로 피해를 예측하고 전조현상을 파악해 예보를 발령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번 쓰촨 성 지진에서 학교 건물 피해가 많았던 점은 우리에게 큰 교훈이 된다. 우리 학교 건물도 내진 설계가 제대로 돼 있지 않거나, 건축자재로 불에 약한 내외장재를 쓴 곳이 많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학교 건물을 점검해 재난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

특히 재해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방재교육이 절실하다. 그런데 초중고교 교육과정 어디에도 자연재해의 방재교육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재해 예방을 위해 효율적인 방재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문가 양성과 학교 교육과정에도 재해방재 교육내용을 도입해야 할 때다. 자연 재해가 빈발하는 이웃 일본에서 재해예방책과 학교 교육을 통해 자연재해 발생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노력은 배울 만하다.

김규한 이화여대 교수 과학교육과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