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版 AI’ 사료조사도 해보라

  • 입력 2008년 5월 14일 23시 03분


제주도를 제외한 전역이 조류인플루엔자(AI)로 몸살을 앓고 있다. 4월 초 전북 김제에서 발생한 AI는 눈 깜짝할 사이에 서울을 포함한 17개 시군구로 확산됐다. 이번 AI는 여러 면에서 특이하다. 낮 기온이 20도가 넘는 봄철에 발생한 데다 확산 속도가 빠르고 상당수가 인체에 감염될 수 있는 고병원성으로 판명되고 있다. 그런데도 농림수산식품부는 사태 발생 한 달 반이 지나도록 진원지와 감염경로조차 파악하지 못해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농식품부는 오리 닭 등이 폐사할 경우 도살처분과 함께 사후적으로 양성·음성 판정을 내리고 있을 뿐 어떤 경로를 통해 바이러스에 감염되는지 밝히지 못하고 있다. 2006년에는 AI가 겨울철 철새도래지 주변에서 발생했고 철새도 폐사했기 때문에 철새가 바이러스를 옮겼을 것이라고 추측성 설명이라도 했다. 하지만 이번엔 그런 설명조차 없다.

물론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바람에 방역하기에도 바빴을 것이고, 실체도 없는 광우병 파동과 싸우느라 정신도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최소한 감염경로는 어떻게든 파악했어야 한다. 일부 전문가는 항생제와 네발동물의 고기가 들어간 사료를 먹은 가금류가 집중적으로 피해를 봤고, 철새들은 폐사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해 “사료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이런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듯하다. 지금이라도 사료조사부터 해보기 바란다.

AI는 세계보건기구(WHO)가 6단계 중 3단계 경보를 내리고 있는 요주의 전염병이다. AI는 국민건강에도 중요한 문제지만, 국가 경제와 신인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중국이나 동남아도 아닌 국민소득 2만 달러의 한국이 AI 감염국가라니 무엇보다 망신스럽다. 북한이 자신들은 3년간 AI 발생이 없었다며 남한에 대한 방역을 강화하겠다고 하는 판이다.

지금 같은 AI 확산 국면에서는 빈틈없는 방역이 첫째지만 감염경로 확인도 더는 늦출 수 없다. 경로를 알아야 AI에 대처할 수 있는 해법이 나오고 국민의 불안감도 가라앉는다. 그렇게 되면 가금류 소비는 걱정하지 않아도 원상회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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