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문형구]기업이 나누면 사회가 춤춘다

  • 입력 2008년 5월 14일 02시 59분


우리의 삶을 본질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정보기술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사회공헌활동으로도 널리 존경받는 인물은 누구일까. 바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이다. 게이츠 회장은 이번에 한국을 방문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활동을 성원하면서 “기업의 기부활동이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기부활동이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그의 견해에 대한 반응은 다양할 것이다. 게이츠 회장의 발언이기 때문에 일리가 있다는 반응부터 기업의 탐욕을 슬며시 덮어버리는 얄팍한 술수라는 빈정거림까지, 혹은 우리나라 기업과 기업인은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는 탄식에 이르기까지. 사실 자본주의 체제 속의 기업 혹은 기업인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평가는 긍정과 부정이 뒤섞여 때로는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로 혼란스럽다.

게이츠 회장의 사례도 예외가 아니다. 그는 정보기술 발전의 혁신적 공헌자이며 동시에 훌륭한 자선가이지만 MS의 독점과 관련된 소송에서 볼 수 있듯이 부의 독점이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어쩌면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크의 주장처럼 기업에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은 나무에서 고기를 찾는 것처럼 허망하고 헛된 노력일지 모른다.

그런데도 게이츠 회장이 존경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그의 활동 기반이 회사의 재산이 아니라 개인의 재산이라는 사실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사회의 여러 문제 중에서 교육의 개선과 전 세계의 질병 퇴치에 집중하면서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그의 지속적인 노력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기업과 기업인은 어떤가. 지금까지 이들은 부의 집중으로 인한 양극화 현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든지, 무한경쟁을 강조해 삶을 피폐화시키고 있다는 등 자본주의 폐해를 극대화하고 있다는 비난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우리 기업들이 달라지고 있다. 누구나 중요한 가치라고 인정하는 ‘나눔’이라는 현상이 어떻게 정착되기 시작했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나눔’이라는 현상은 기업의 임직원 자원봉사활동이나 일사일촌운동 등으로 확산의 추진력을 얻었다고 본다. 2003년 한국비영리학회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137개 조사 대상 기업 중 임직원 자원봉사 프로그램이 있는 기업이 71%, 계획 중인 기업이 8%에 이르는 등 80% 정도의 기업이 자원봉사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또 전경련의 2006년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202개 기업 중 임직원의 50% 이상이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한다고 응답한 기업이 40%를 넘어섰다. 이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임직원과 함께 사회공헌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어쩌면 기업의 임직원들이 사회봉사활동에 적극 참여한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강제로 자원봉사활동을 하게 됐지만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그 즐거움을 깨닫게 된 기업 임직원이 많아졌다. 그 즐거움은 회사의 요구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어려운 이웃들에게 힘을 보태주는 활동에 적극 참여하게 하는 힘이 됐다. 결국 우리 사회가 나눔의 가치를 귀중하게 여기도록 하는 계기가 됐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기업의 기부 및 사회공헌활동은 앞으로도 우리 사회에 ‘나눔’의 가치를 퍼뜨리는 데 기여할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이익만을 추구하는 쾌락주의(hedonism)는 결국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든다는 쾌락주의의 패러독스를 깨닫고 권력이나 금전이 아닌 삶의 중요한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문형구 고려대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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