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얼리 버드 정부’ 생산성 높아지고 있나

  • 입력 2008년 5월 13일 22시 49분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공무원들의 근무태도가 크게 달라졌다고 한다. ‘얼리 버드(early bird)’ ‘월화수목금금금’이란 조어(造語)가 나올 정도로 이른 아침에 출근해 밤늦게 퇴근하고, 토·일요일도 반납한 채 일한다는 것이다. 민간부문에 비해 체질개선 노력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던 관료사회가 이렇게 해서라도 바뀐다면 반가운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취임 후 일관되게 “공무원은 국민의 머슴이므로 국민보다 먼저 일어나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무원들이 한 시간 일찍 일어나면 국민은 한 시간 편해진다”고도 했다. 백번 맞는 말이다. 그게 싫다면 공직에 있을 이유가 없다.

‘얼리 버드’가 성공하려면 이런 변화 노력이 국정 운영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져야 한다. 열심히 일한 만큼 국민이 누리는 행정서비스의 품질이 높아져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또 하나의 국력 낭비일 뿐이다. 다른 부서가 하니까 일찍 출근은 하지만 할 일도 없고, 창조적으로 일거리를 만들 능력도 없어서 시간만 보낸다면 안 하는 것만 못하다.

새 정부 들어 공무원 1인당 초과근무가 40%가량 늘었다고 하지만 이 중에도 이런 사례들은 없는지 모르겠다.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이 “공휴일에는 쉬라”고 e메일까지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때 늘어난 공무원 수가 줄어든 것도 아니고 없던 업무가 생긴 것도 아닌데 초과근무가 늘어난 것은 이상하다. 이에 따른 수당지급액이 30%나 늘어 올해 예산으로 감당하기 힘들 정도라는데 공무원들의 초과근무로 국민은 무슨 덕을 봤는가. 광우병 파문만 해도 제때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해 사태를 키우지 않았는가.

일부 공무원은 벌써 피로감을 느끼고 판단력도 흐려지는 ‘얼리 버드 증후군’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만성 수면부족이 집중력과 학습능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은 상식이다. 우리 실정이 공무원들이 휴가를 다 찾아 써도 될 정도로 한가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자리만 지키는 것도 문제다. 집권 초기 공무원 조직을 다잡아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은 좋으나 만사가 지속 가능해야 한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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