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축산농가 스스로 경쟁력 키워야 ‘미국 소’ 이긴다

  • 입력 2008년 4월 21일 22시 57분


미국산 쇠고기가 거의 제한 없이 수입되면 국내 축산농가는 ‘맛 좋은 고급육’으로 승부를 걸 수밖에 없다. 어제 정부 여당이 외국산이 국산으로 둔갑해 팔리지 않도록 100m² 이상 음식점까지 원산지 표시제를 확대 적용하고 품질 고급화를 꾀하는 ‘축산업 발전대책’을 발표한 것도 이런 판단에서 나온 것이다.

농산물 시장을 추가로 개방할 때마다 국가 예산을 풀어 농민과 농업부문에 지원한 돈은 천문학적이다. 1992∼2003년 농어촌구조 개선과 농업·농촌 발전 이름으로 102조 원이 투입됐다. 투융자계획(2004∼2013년)에 119조 원이 투입되고 있으며 작년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대책(2008∼2017년)에 20조4000억 원(순증 10조3000억 원)을 또 넣기로 했다. 그렇지만 농업부문은 블랙홀처럼 예산만 빨아들이고 경쟁력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한-칠레 FTA 지원금 중 1000억 원이 피해가 없는 곳에 잘못 지출된 것을 비롯해 돈 관리가 제대로 안 된 사례가 수두룩하다.

2001년 쇠고기 수입개방 당시 농민단체들은 “쇠고기 가격 하락으로 농가 소득이 감소하고, 소 사육기반이 붕괴해 쇠고기 수입이 급증하면서 자급률이 하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그 후 쇠고기 가격은 상향 안정됐고 소득이 증가했다. 강원도에선 FTA가 본격 거론된 2005년 이후 소 사육 마릿수가 급증해 농가당 1997년 5.4마리에서 작년엔 10.7마리로 늘어났다. 생산성이 높은 대규모 사육농가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영세 농가의 좁은 시설에서 사료를 먹여 키우는 소로는 미국 기업농이 방목하거나 건초로 키우는 소와 가격과 품질 면에서 경쟁하기 어렵다. 국내 축산농가도 기업농화, 전업화(專業化)하지 않고서는 미국 소를 이길 수 없다.

소비자가 중요하게 여기는 품질과 안전을 강화한 쇠고기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일본의 ‘화우(和牛)’는 엄격한 품질관리와 브랜드화로 수입개방 파고를 이겨냈다. 한우라고 못할 리 없다. 한약재와 막걸리로 키운 ‘강진맥우’, 고급육 출현율이 전국 평균의 2배가 넘는 ‘단풍미인한우’ 같은 성공사례가 한우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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