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변광옥]뜨거운 지구 식혀주는 나무

  • 입력 2008년 3월 29일 02시 59분


촉촉이 내린 봄비에 나뭇가지마다 봄기운이 감돌고 있다.

매년 이맘때는 나무 심기에 바쁜 계절이다. 식목일의 역사적 기원은 오래되지만 실제 근대적 임업을 실시한 조림학적 측면에서 산에 나무를 심고 가꾸게 된 효시는 일본제국주의로부터 광복된 직후 1946년 4월 5일 제1회 식목일 행사를 서울 사직공원에서 시작하면서부터다. 올해가 63회가 된다.

최근 지구온난화 등으로 식목일을 앞당겨야 한다는 여론도 있지만 60여 년 동안 이 시기에 맞춰 우리는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으로 훼손된 산림을 복구하기 위해 수십억 그루의 나무를 심어 산을 녹화하는 데 성공했다.

산이 헐벗어 구호물자를 받으며 나무를 심던 시절은 이제 옛일이 됐다. 녹화된 산림이 또다시 산업화에 따른 개발로 넓은 면적이 파괴되어 수난을 겪고 있지만 아직도 국토의 약 3분의 2를 산림이 차지하고 있다. 그간 피땀 흘려 이룩한 울창한 숲이다.

산림의 직접적인 가치는 목재를 비롯해 산림에서 얻을 수 있는 산물의 유형적 재화가치로 평가되기 때문에 누구나 중요성을 잘 안다.

이에 반해 공익적인 가치는 국토를 보전하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대기의 질을 개선한다든지, 수자원을 보호하는 등 무형적 재화의 가치를 말한다. 공익가치는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국립산림과학원에서 발표한 산림평가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산림의 공익적 가치가 66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됐다.

국민 1인당 136만 원씩 돌아가는 혜택이다. 소양강댐 10개와 맞먹는 양의 물을 모아둠으로써 녹색 댐 역할을 하는가 하면, 숲 속의 맑은 공기를 마시고 심신의 피로를 풀게 해준다.

나아가 지구 환경을 지키는 데 큰 몫을 하고 있다.

1992년 리우 유엔환경회의에서 세계 정상들이 선언했듯 21세기 산림을 보는 패러다임은 지구 환경을 보전하고 후손들도 우리가 누리고 있는 산림의 가치를 누릴 수 있게 산림을 경영해 가자는 것이다. 과거 목재 생산 위주에서 이렇게 달라진 것은 지난 세기와 이번 세기의 지구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요즈음 지구는 자정능력을 잃을 정도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그 징후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산업혁명 이후 100여 년간 지구의 온도 변화가 산업혁명 이전 2만 년 동안의 온도 변화보다도 더 크다. 특히 지난 50년간의 온난화 속도는 지난 100년간보다 두 배 이상 빨랐다고 한다.

게다가 한반도의 온도 변화는 지구의 평균 온도 변화보다 2.5배 더 크다고 한다.

산업화에 따른 과다한 화석연료의 사용 탓에 벌어진 일이라고 유엔 환경보고서는 진단한다.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한 여러 대안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산업의 연속성과 투자되는 비용을 감안할 때 기존의 산업시스템을 바꾸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산에 나무를 심고 잘 가꿈으로써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량을 줄여 나갈 수 있다.

잘 가꾸어진 숲 1ha는 연간 탄산가스 16t을 흡수하고, 12t의 산소를 방출함으로써 지구온난화를 억제할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신선한 공기를 제공한다.

특히 세계 10위권의 탄소 배출국인 우리나라는 국토의 64%에 이르는 산림을 잘 가꾸고 경영할 때 국토의 보전은 물론이고 후손에게 더 좋은 환경을 남겨줄 수 있을 것이다.

변광옥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실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