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카페]국민은행이 청약저축 안받는 이유는…

  • 입력 2008년 3월 24일 03시 00분


4월부터는 국민은행에서 청약저축에 가입할 수 없습니다. 무주택 근로자, 서민을 위한 주택구입자금 대출과 전세자금 대출도 취급하지 않습니다.

국민은행이 올해 초 국민주택기금 수탁은행 입찰에 참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청약저축에 가입하거나 전세자금 대출을 받으려면 우리 신한 하나 기업은행과 농협에 가야 합니다.

주택은행은 1981년 국민주택기금이 생긴 후 20년 동안 독점적으로 청약저축을 취급했습니다. 당시 서민들의 목돈 마련을 돕기 위해 청약저축은 금리도 높게 줬지요. 2001년 국민은행과 합병된 뒤 국민은행이 이를 이어받았습니다. 2003년 우리은행과 농협이 수탁은행으로 추가됐지만 국민은행에 위탁된 업무를 재위탁받는 형태를 취할 정도로 청약저축에 대한 국민은행의 입지는 확고부동했습니다.

입찰 불참에 대해 은행 관계자는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은행끼리 수탁 경쟁을 하면서 정부가 주는 수수료가 예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대출이 부실화되면 담당 직원이 책임을 진다’는 내용이 계약서에 명시된 것도 부담입니다.

외환위기 당시 기업대출 부실로 시중 은행들이 큰 피해를 봤을 때 가계금융을 주로 취급하던 국민은행은 살아남았습니다. 개인 고객에게 은혜를 입은 셈이지요. 국민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다른 은행들보다 1%포인트가량 높습니다. 국민은행의 수익구조가 상대적으로 탄탄한 것도 예대 마진이 큰데도 불구하고 충성도 높은 개인 고객들이 계속 찾아오기 때문입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서민들의 힘으로 ‘리딩 뱅크’가 된 국민은행이 매년 수천억 원을 외국인 주주에게 배당으로 주면서 서민금융을 도외시하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금융산업에서도 무한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과거에 매달리는 모습으로는 살아남기 힘들 것입니다. ‘가계금융에 치중해 경영기법이 뒤졌다’는 지적도 듣는 국민은행이 국제경쟁력을 갖춘 진정한 리딩 뱅크로 거듭나는 것만이 서민들에게 진 빚을 올바로 갚는 길일 것입니다.

경제부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