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기용]서울시의원 졸속 상정이 부른 학원조례 파동

  • 입력 2008년 3월 19일 02시 55분


서울시의회가 ‘학원 교습 24시간 허용’을 골자로 한 조례안 개정을 추진하다 여론의 강한 반대에 부닥쳐 18일 백지화했다. 해당 상임위원회인 교육문화위원회가 12일 이 조례안을 통과시킨 지 6일 만이다.

학원 교습시간 연장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7월 서울시교육청은 현행 오후 10시까지로 돼 있는 교습시간을 1시간 연장하려다 여론에 부닥쳐 물러선 경험이 있다.

교육문화위는 당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이 거세게 반대하자 조례안을 보류했다가 정권이 바뀐 뒤 8개월 사이에 방침을 바꿨다.

교육문화위의 방침이 몇 개월 만에 바뀐 것도 문제다. 하지만 더욱 납득할 수 없는 것은 1시간 연장도 아닌 24시간 교습 허용안을 만들면서도 제대로 된 공청회나 설명회도 개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히 교육문화위는 조례안과 관련된 간담회에서는 이번 회기 중 학원 교습시간 연장 문제를 다루지 않기로 합의했다 조례안 통과 하루 전 한 시의원의 상가(喪家)에서 몇몇 위원이 모여 처리 쪽으로 방침을 정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지하실에서도 학원을 낼 수 있고, 음악 미술학원의 기준 면적을 완화하는 내용이 추가돼 조례안 개정 자체가 학원업자들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왔다.

또 정연희 교육문화위원장은 “학생들이 공부하다 피곤해서 죽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며 “원안 그대로 본회의에 상정하겠다”는 발언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교육문화위가 주장하는 원칙적인 방침과는 달리 조례안이 교육문화위에서 통과된 뒤 찬성하는 의견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결국 시의원들은 아무도 원하지 않는 학원 24시간 교습 허용 조례를 그들끼리 추진하다 학원들의 로비 의혹을 자초하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한 학원 관계자는 “한나라당 소속이 다수인 시의원들이 새 정부가 강조하는 규제 철폐 정책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과잉충성으로 벌집만 쑤신 셈”이라고 분석했다.

규제는 없애야 하지만 학원업자들을 위한 철폐인지, 국민을 위한 철폐인지에 대해 시의회가 얼마나 고민했는지 의문이다. 과연 시민을 대표하는 시의회인지 반성해보기 바란다.

김기용 교육 생활부 kk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