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아차 勞使견학단의 ‘도요타 충격’

  • 입력 2008년 3월 16일 23시 31분


일본 도요타자동차 공장을 찾은 기아자동차 노사(勞使) 견학단은 도요타 근로자들이 로봇처럼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일하는 모습을 보고 혀를 내둘러야 했다. 작업 라인에는 쉴 새 없이 일감이 밀려와 동료와의 잡담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기아차 노조 간부는 “살인적인 노동 강도”라고 표현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일거리가 없어 빈둥대는 유휴 인력을 활용해 인기 차종의 생산 물량을 늘리고 싶어도 노조의 전환배치 동의를 받지 못하면 생산을 포기하든지, 인력을 추가로 채용해야 한다. 기아차가 카렌스 라인의 근로자 96명을 모하비 라인으로 옮기는 데만도 1년이 넘게 걸렸다. 도요타 근로자들은 하나의 작업 라인에서 7가지 모델을 거뜬히 만들어 낸다. 이러니 기아차의 생산성이 도요타의 60%밖에 안 된다는 것이 이상할 게 없다.

도요타를 세계 자동차 업계 정상에 올려놓은 힘의 원천은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고 상대방의 영역을 존중하면서 회사 발전을 위해 건전하게 경쟁하는 노사 관계다. 도요타 노조는 해마다 춘투(春鬪) 시즌이 되면 회사 측의 양보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다. 하지만 집회는 점심식사 시간과 퇴근 후에만 갖는다. 어떤 경우든 공장 조업에 차질을 빚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 확립돼 있다. 도요타 노조 간부들은 “우리의 경쟁 상대가 멀리는 미국, 가까이는 한국이라는 점을 노조원 스스로 잘 알고 있다”고 말한다.

경영진은 투명경영과 고용안정으로 직원들의 협조에 부응한다. 정규직은 60세 정년이 보장되고 생산직은 65세까지 일할 수 있다. 노조는 경영진이 자금 여유가 생기면 흥청망청하지 않고 회사 장래를 위해 꼭 필요한 곳에 투자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임금 동결이나 소폭 인상에 동의한다.

기아차는 지난해까지 17년 연속 파업했지만 도요타 노조는 무분규 기록을 올해로 58년째 이어가고 있다. 기아차가 2년 연속 영업적자를 내고 도요타가 7년 연속 영업이익 최고치를 경신한 이유는 바로 이런 데 있다. 기아차 노사견학단이 도요타에서 받은 충격이 일회성 감동에 그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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