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장강명]원자재값 올라 뾰족한 수 없는 물가대책

  • 입력 2008년 3월 8일 02시 52분


“추가대책이 있으면 여기에 쓰지 왜 뺐겠습니까.”

5일 정부과천청사 브리핑룸. 물가대책을 발표하는 기획재정부 임종룡 경제정책국장은 ‘대책들이 구시대적이다. 추가 대책은 없느냐’는 기자들의 지적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이날 정부 각 부처 담당자들이 모여 ‘제1차 서민생활안정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었지만 결과는 허전했다. 대부분은 최근에 발표된 대책들의 재탕이었다. 이틀 전인 3일 재정부가 같은 장소에서 발표한 ‘서민생활 안정과 영세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대책’과 겹치는 대목도 많았다.

언제 상용화될지 모를 쌀라면 공급시범사업을 물가대책 항목에 포함시키거나, 이미 연초에 행정수수료(중앙공공요금) 쓰레기봉투값(지방공공요금) 등이 올랐는데 “상반기 중 공공요금 인상을 막겠다”고 한 것은 억지에 가까웠다.

매점매석 단속 강화, 국세청 지방자치단체 소비자단체 주도의 합동물가점검반 운영, 학부모·교사 주도의 ‘체감학원비 모니터링반’ 운영 등 ‘5공(共)식’ 직접 규제책들은 안쓰러울 정도였다.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개발연구부장은 “그런 단속은 1990년대 중반에 사라졌고 이제 감당할 행정력도 없다”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대안이 있느냐’고 되물으면 대답하기 쉽지 않다. 물가는 통상 통화긴축, 수입개방, 비축물량 공급 확대 등으로 잡는데 최근의 원유, 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 앙등에 따른 물가 상승엔 위의 어느 수단도 안 통한다. 먹혀들 만한 정책 수단이 사실상 없는 셈.

임 국장은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물가 범위는 16%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전체 물가 중 공공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16%이니, 딱 그만큼만 정부가 개입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원자재 가격은 앞으로도 한동안 내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은 부족 원자재에 대한 소비 절약, 이용 효율 제고 등 ‘초장기적 대책’뿐이지만 이는 정부가 아니라 가계 및 기업의 몫이다. 예를 들어 기업은 여전히 ‘에너지 다(多)소비형’인 우리 산업구조를 하루빨리 고부가가치형으로 전환하고, 가정에서는 에너지시민연대(www.100.com)가 권하는 절약운동에 동참하는 것이다.

장강명 경제부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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