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풍의 돼지털]내 컴을 안전하게 지키려면?

  • 입력 2008년 3월 5일 18시 53분


《최근 생활의 많은 부분이 디지털로 바뀌고 있습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차이는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작은 차이로 만들어지는 결과물에서는 큰 차이를 보입니다. 디지털을 띠와 결합해 만든 ‘돼지털’은 디지털 세상이야기를 담고자 합니다. ‘고풍의 돼지털’이 여러분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지난 2월 29일 엉터리 악성파일치료프로그램을 판매해 92억 여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인터넷 서비스업체 미디어포트 이 모 전 대표가 불구속 기소됐다.

이 모씨는 이용자들에게 닥터바이러스라는 악성파일치료프로그램을 무료로 나눠줘 이용자의 컴퓨터에서 멀쩡한 파일을 악성파일로 알리게 했다. 그리고 그 치료를 위해 유료결제를 유도해 약 125만명으로부터 92억여 원의 치료비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2005년 7월부터 2007년 6월말까지 배포됐다. 미디어포트 측은 “지난해 적발된 뒤 프로그램의 문제점을 모두 수정했으며, 현재는 정상적인 보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필자의 한 지인은 “몸이 아파 약을 샀는데 사기약을 산 것과 똑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처럼 컴퓨터를 치료해준다며 가짜로 바이러스를 옮기거나 치료해주는 척하며 돈만 챙기는 프로그램이 아직도 인터넷에 있다는 사실이다. 2006년에 처음 적발된 사기 프로그램 유형이 아직도 활개를 치고 있다니. IT 강국이 무색해지는 상황이다.

필자는 이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항상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결국 이용자가 잘 알아서 챙겨야만 하는가? 다른 대안은 없나? 있다.

우리나라에는 프로그램과 관련된 정부기관이 몇 있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한국인터넷진흥원, 한국정보보호진흥원, 한국정보사회진흥원 등이다. 이들 기관 중 하나라면 인터넷에 올라오는 무료프로그램을 매번 검사해서 적격성을 판단하는데 최대 한달이면 충분할 것이다. 그런데 어느 기관도 나서고 있지 않다. 어떤 업무를 진흥하고 있기에 이런 사기가 계속되는 것을 방치하는지 궁금하다. 이보다 간단하고 제대로 진흥할만한 것도 없을 것 같은데.

결국 컴퓨터를 스스로 지켜야하는 상황이라면 어쩔 수 없다. 좀더 현명하게 대처하는 수밖에. 컴퓨터를 바이러스나 악성프로그램으로부터 잘 지키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첫째 신뢰할 수 있는 백신 프로그램을 컴퓨터에 꼭 설치한다. 주머니 사정이 걱정된다면 최근 무료로 공급하는 유명 무료백신을 다운받아 설치하면 된다. 또 4월쯤부터는 네이버를 통해서 ‘안철수연구소 백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둘째 인터넷에서 모르는 프로그램이나 잘 모르는 파일은 다운받지 않는 게 좋다. 다운받더라도 절대 실행하지만 말자. 바이러스가 포함된 메일을 읽더라도 대부분 실행만 안하면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셋째 주변의 전문가를 적극 활용하는 게 좋다. 전문가는 달리 전문가가 아니다. 그들에게 1개월 또는 분기별로 컴퓨터 점검을 부탁하면 바이러스 등의 위험으로부터 어느 정도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 하지만 재테크 전문가가 여러분의 재산을 그냥 늘려주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최근 독감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몇년에 한번 감기에 걸릴 정도로 나름 건강하다고 자신하던 필자도 독감 바이러스에 목을 강타당했다. 그래서 지금은 꿀먹은 벙어리 신세다. 컴퓨터도 건강도 모두 순간의 방심이 커다란 아픔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박응서 동아사이언스 기자 gopoong@donga.com

박응서 기자는

1990년 처음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린 뒤 한 때는 컴퓨터에 푹 빠져 살았습니다. 당시 컴퓨터에 낯설던 사람들에게 컴도사로 불리던 추억도 있습니다. 지금은 컴퓨터를 멀리 하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듯합니다. 전화보다는 메신저나 e메일을 좋아하는 걸 보면. 고풍스런 분위기를 바탕으로 아날로그의 감수성과 디지털의 냉철함 모두를 껴안아 가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이상보다는 현실의 냉험함에 두 손 들고 마는 평범한 인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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