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완구]태안 기적에 감사… 조금만 더 도움을

  • 입력 2008년 3월 4일 02시 59분


허베이 스피릿호 기름유출 사고 현장을 찾은 자원봉사자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 사고 발생 70여 일 만의 일이다. 어려운 일을 당할수록 서로 돕고 나누는 것이 우리의 전통 미덕이지만, 이는 국내외의 유사한 사례는 물론 그 어느 경우에도 찾아볼 수 없는 자원봉사의 기념비적 기록이다.

기름유출 사고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일깨워 준 일대 사건이었다. 원칙을 지키지 않는 작은 실수가 얼마나 커다란 피해를 불러올 수 있는지, 환경재앙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똑똑히 확인시켜 줬다.

원인은 간명했다.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이로 인해 지불해야 할 비용은 너무 컸다. 1105km에 이르는 해안선과 그에 인접한 6개 시군, 30개 읍면동이 직접적인 피해에 노출됐다. 이는 잠정적으로 추계된 피해 규모가, 어장이 473개소에 5159ha, 양식어장이 368개소에 8571ha, 육상 종묘시설 등이 248ha, 기능을 상실한 해수욕장이 20개소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 데서 알 수 있는 일이다.

문제는 피해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1만3000여 명에 이르는 도내 어업인이 어로작업에 나서지 못한 지난 몇 개월, 해변의 4만5100여 음식·숙박업체 등이 입은 간접적인 피해, 복원에 얼마가 걸릴지 모르는 자연환경의 훼손 등을 감안하면 그 피해액이 얼마에 이를지는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번 사태는 극복 못할 어려움은 없다는 것을 또 한 번 우리에게 확인시켜 줬다. 맨 앞에 선 것은 소방당국과 군경이었다. 일반인의 접근이 어려운 곳에는 그들이 있었고, 보상을 위한 채증작업까지 앞장서 해줬다. 아이디어를 제공한 자치단체, 단합대회와 망년회를 봉사활동으로 대신한 기업체, 어린 아이의 손을 잡고 환경교육의 현장으로 활용한 분들, 그 하나하나가 합쳐져 커다란 감동의 물결을 이루고, 그 물결이 생명의 파도가 되어 바다를 덮고 있던 검은 죽음의 띠를 걷어낸 것이다. 이것이 바로 자원봉사자 100만이 이루어낸 결실이다.

물론 모든 방제작업이 완료된 것은 아니다. 해안지역의 모래, 자갈층에 침투한 유류와 암석에 부착된 유류 제거 작업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돼야 한다. 어디 그뿐인가 응급복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 환경생태계 복원과 함께, 지역경제의 복원 등 모든 면에서 사고 이전의 모습으로 원상회복할 수 있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항구 복구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특히 이것들은 중앙정부는 물론 사고 당사자, 피해 어민 모두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조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하지만 조금도 걱정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보여준 우리의 위기관리 능력이라면, 이런 모든 것을 능히 극복해 낼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런 의미에서 며칠 전 태안의 사고현장에서 펼쳐진 자원봉사자 100만 명 달성 자축행사는 큰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지금까지의 헌신적 노고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자, 다시금 마음을 가다듬고 운동화 끈을 질끈 동여매자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자, 다시 출발이다.

이완구 충남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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