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런 공무원들 위해 세금 내야 하나

  • 입력 2008년 3월 2일 23시 23분


지난달 21일 밤의 정부중앙청사 화재는 컴퓨터 모니터의 전원 코드 과열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공무원들의 무사안일과 복지부동(伏地不動·몸을 사려 일이나 업무 처리를 소극적으로 하는 태도)이 청사를 태워 먹은 근본 원인이었음을 알 수 있다.

옛 행정자치부(행정안전부의 전신)는 지난해 8월 직원들이 퇴근할 때 카드를 꽂아 두면 전원이 자동 차단되는 무선 콘센트로 교체하는 일을 추진했다. 그러나 해당 공무원들은 “내 돈도 아닌데 전기 아끼는 제품으로 교체해 봤자 뭐하느냐” “괜히 일을 만들면 귀찮기만 하다”고 말했다는 것이 교체 작업을 추진한 업체 관계자의 증언이다. 4500만 원의 예산 확보도 관련 부서가 “우리 소관 업무가 아니다”면서 미뤄 콘센트 교체 작업은 무산됐다.

감사원이 지난달 말 정부중앙청사와 대전청사에 대해 실시한 특별점검 결과도 공무원들의 복무 기강이 얼마나 엉망이고 무책임한지를 잘 보여 준다. 대외비 문건이 퇴근 시간 후의 빈 사무실 책상에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돌지도 않은 순찰을 돈 것처럼 일지를 조작하고, 당직자가 자기 자리에 앉아 컴퓨터로 영화를 보다 적발되기도 했다.

어느 정부 산하기관장 사무실은 출입문이 열린 채 중요문서들이 들어 있는 캐비닛과 책상서랍도 잠겨 있지 않았다. 관련 업체 돈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온 정부 산하기관 직원들도 무더기로 적발됐다. 당직자가 야근하면서 이미 퇴근한 동료 직원들이 늦게까지 일한 양 카드 인식 시스템에 허위 입력해 시간외 수당을 횡령한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이들을 위해 국민은 꼬박꼬박 세금을 낸다. 탈세도 세금도둑이지만, 이런 공무원들도 세금도둑이다.

공직자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는 노무현 정부가 공무원 수를 9만6000명이나 늘려 놓고도 공무원들의 무사안일과 기강 해이를 방치하는 바람에 더 확산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규제와 간섭으로 민간을 괴롭히는 공무원을 국민 섬기는 ‘도우미’로 바꿔 ‘알뜰하고 유능한 정부’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동안의 공직 풍토는 국민을 ‘섬기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 대통령의 다짐이 구호(口號)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새 정부 초기에 공직 기강을 구석구석 다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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