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납토성 경당지구 발굴 재개… 초기백제 왕실제사터 추정

  • 입력 2008년 2월 27일 03시 01분


서울 송파구 풍납토성 경당지구의 발굴이 다음 달 재개될 예정이어서 백제 왕성의 면모를 보여주는 결정적인 유물이 발견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00년 발굴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서울 송파구 풍납토성 경당지구의 발굴이 다음 달 재개될 예정이어서 백제 왕성의 면모를 보여주는 결정적인 유물이 발견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00년 발굴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2000년 한성백제(기원전 18년∼기원후 475년) 왕성의 제사 터로 추정되는 건물 유구(遺構·건축물의 구조를 보여 주는 흔적)가 발견됐으나 재개발 사업 때문에 중단됐던 풍납토성 경당지구(서울 송파구 풍납동) 발굴이 8년 만에 재개된다.

국립문화재연구소와 한성대 박물관은 27일 “2000년 중단된 뒤 흙으로 덮어 놓았던 풍납토성 경당지구 발굴을 3월 3일 다시 시작한다”며 “발굴은 3개월여간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풍납토성 가운데에 있는 이곳은 1999년 발굴이 시작된 뒤 백제 왕실의 제사 터로 보이는 ‘여(呂)’ 자 모양의 건물(길이 16m, 너비 14m), 제사 때 썼던 것으로 추정되는 말뼈, ‘대부(大夫)’란 한자가 적힌 토기, 중국 동진에서 제작된 대형 도자기가 발굴돼 초기 백제의 종묘로 추정된 곳이다. 학계는 이런 성과를 토대로 풍납토성이 초기 백제의 도읍지가 유력하다고 해석해 왔다.

이번 발굴 책임을 맡은 권오영 한신대 국사학과 교수는 “당시 마무리하지 못한 제사 건물 터, 중국 도자기의 보관 창고, 제사 터 남쪽의 왕실 연못 추정지 등을 집중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굴을 통해 제사 건물의 정확한 연대, 형태, 성격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못 추정지의 경우 백제 별궁의 연못이었던 충남 부여군 궁남지(사적 135호)와 비슷한 성격의 왕궁 연못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풍납토성 발굴과 주민들의 재산권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는 상태다. 문화재청 태스크포스팀에서 5층 이하로 건축이 제한된 풍납토성 일대의 건축을 7층까지 허용하도록 바꾸는 방안을 논의하자, 한영우 한림대 특임교수 등 문화재위원회 사적분과 위원들이 이를 반대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경당지구 개발과 더불어 지난해 6월 길이 21m, 너비 16.4m에 이르는 육각형 모양의 대형 건물 터가 발견된 풍납토성 미래마을지구의 발굴도 3월 재개된다. 이곳은 경당지구의 서쪽에 있다.

신희권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은 “풍납토성 중앙과 서쪽을 아우르는 도로 유적을 집중 발굴할 계획”이라며 “도로의 전모가 드러나면 왕성 규모를 알 수 있는 단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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