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외교에도 조직과 돈이 필요하다. 자원 확보를 자원 개발과 혼동해 자원 개발 연구만 촉진 시키면 해외 자원이 그냥 굴러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수준의 조직으로서는 어려운 일이다. 확실한 정보는 경험자들이 참여한 조직에서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에는 자원을 가진 나라를 상대하면서 수십 년간 사업을 이끈 경험을 가진 사람이 많다. 이들은 대형 건설사, 종합상사, 혹은 대형 엔지니어링사의 플랜트 관련 사업본부에서 일하고 있다. 공무원을 기업 도우미로 배치하고 이러한 인적자원을 싱크탱크로 활용한다면 총리의 자원외교는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또 자원을 사올 때는 수입하는 기업이 지불하겠지만 자원을 우리가 넘겨받도록 약속을 얻는 데 필요한 ‘대외원조’ ‘자금대출’ 혹은 ‘현지 인프라 건설’ 등 이른바 협상용 투자비용은 누가 어디에서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 정부 예산만으로는 어렵다. 억지를 써서 1, 2년은 정부 예산으로 버틸 수는 있겠지만 투자금을 회수해 오는 방안이 없으면 결국 손을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고유가 때문에 산유국에 몰린 막대한 자금을 목표로 영업을 해 온 플랜트EPC(설계 조달 시공의 약자) 기업이라면 여러 가지 방안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2007년 한 해 동안 30조 원의 수주 성과를 보여 준 우리 플랜트EPC 기업의 대여섯 본부는 그 능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본다. 자원 확보 사업은 투자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국내 굴지의 에너지 회사에서는 아직도 그룹 총수가 직접 나서 산유국과의 빅딜이나 유정 인수를 지휘하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협력이 있다면 다른 민간기업도 안심하고 이 일에 적극 동참할 것이다. 일본은 이미 정부조직 내에 이러한 민간기업이 참여하는 ‘플랜트추진실’을 두어 적극적인 협력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익이 있는 곳에는 관심을 가지는 민간기업의 속성을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가 할 것은 자원 확보를 위해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원 확보는 외교능력과 사업능력에 의해 그 성패가 판가름 난다. 자원을 확보하고 있는 집단이나 국가와 교류가 빈번해 사업적인 접근이 가능한 플랜트EPC 전문인력의 양성이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국가의 생존이 자원외교에 걸린 만큼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새 정부 출범에 맞추어 제도와 조직부터 마련해야 한다.
이재헌 한양대 교수·한국플랜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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