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유병규]가까워진 EU와 더 굳게 악수를

  • 입력 2008년 2월 5일 03시 00분


국내에서 유럽연합(EU)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논의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EU의 역할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의 정치 경제 질서가 미국 중심의 단극 체제에서 EU, 중국 등으로 다극화되고 있는 상황으로 볼 때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한국과 통상이익 상호보완 가능

EU는 우선 경제 규모 면에서 매우 매력적이다. 유럽 27개국의 연합체로서 세계 최대의 단일 시장이다. 인구는 중국과 인도에 이어 세계 제3위에 해당하는 5억 명으로 미국보다 2억 명이 더 많다. 국내총생산(GDP)은 14조 달러로 세계 전체의 30%에 해당한다. 상품 수입은 세계의 39%인 5조 달러에 이른다. 더욱이 회원국은 조만간 30개국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는 동유럽 국가들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의 영향권에서도 벗어나 있어 지속 성장이 예견된다.

한국과 EU는 서로의 통상이익을 충족해 줄 수 있는 상호보완적 역할도 할 수 있다. 우선 한국은 자원외교를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토대를 얻는다. EU 내 자원 부국들과 관계가 개선되고, EU와 연계할 경우 미래 자원의 보고라 여겨지는 아프리카에 대한 진출 역시 지역이나 역사적으로 볼 때 좀 더 수월해진다. 첨단 부품소재 기술과 제품을 도입하면 만성적인 대일 무역적자도 줄어든다. 역으로 EU는 한국을 거점으로 새로운 성장지대로 급부상하고 있는 신흥 아시아 국가들과 통상관계를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얻게 된다. 다행히 EU는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 한국을 가장 신뢰할 만한 파트너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북 정책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도 EU는 매우 중요한 대상이다. 사회주의 성향을 지닌 유럽 국가들과 북한은 오래전부터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다. 27개국 중 25개국이 북한과 정상적인 외교 관계를 맺은 상태다. EU 기업들은 북한의 자원개발과 사회간접자본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투자활동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물론 EU를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지금의 ‘6자회담’ 등에 직접 포함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과 EU의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북한에 대한 투자뿐만 아니라 북핵 문제 등 다양한 정치 외교 문제를 풀어가는 데 EU와 연대하는 방안을 구상해볼 여지는 충분하다.

앞으로 EU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질 수 있음에도 주목해야 한다. 올해 말에는 사상 처음으로 EU 대통령이 선출된다. 정치적 리더십이 강화되고 세계의 정치 경제 현안에 대한 목소리도 그만큼 커지리라 여겨진다. 이미 EU는 환경문제 해법을 주도하고 있다. 세계 자본주의의 미래형을 창출하는 데도 크나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EU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로 표출되고 있는 미국 중심의 금융자본주의의 불안정성과 승자독식의 문제를 지적하며 제도적 보완장치를 도입할 것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북핵 문제 해결에도 역할 기대

다행히 한국과 EU의 경제관계는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중국에 이은 한국의 제2 수출국은 미국이나 일본이 아닌 EU다. EU에 대한 무역흑자는 중국보다 커 한국이 제일 수지맞는 시장이다. 한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가장 많은 지역도 EU다. 오히려 한국의 EU에 대한 수입과 투자가 적은 편이다. 아직까지 미국 중국 일본에 비해 EU는 접근하기가 멀고 어렵게만 느껴진다. 관계를 더 긴밀히 하기 위해서는 한-EU FTA를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 나아가 영어 일변도의 어학교육을 보완하고, 미국 중국 일본만큼 유럽과의 청소년 교류도 확대해야 할 것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전략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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