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잉글리시 디바이드

  • 입력 2008년 1월 28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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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필리핀 이민자는 아시아계 가운데 잘사는 편에 속한다. 2004년 필리핀 이민자의 가구당 연간 평균 소득은 6만5700달러로 인도의 6만8000달러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한국 교민의 가계 소득은 훨씬 낮다. 평균 4만3100달러로 아시아계 평균 소득 5만6000달러에도 못 미쳤다. 공직에 진출하는 비율도 한국 이민자는 한국계 경제활동인구의 6.7%에 그친 반면 필리핀은 13.9%, 인도는 13%를 차지했다. 그러한 격차가 생긴 데는 이민 시기를 포함해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필리핀인과 인도인의 영어 구사능력을 빼놓을 수 없다.

▷세계화가 진전될수록 이런 ‘잉글리시 디바이드’(영어 격차)는 우리에게 절실한 문제다. 영어교육에 공을 들인 이후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국가로는 핀란드가 있다. 핀란드어는 우리말과 같은 계통인 우랄알타이어로 분류된다. 우리처럼 영어 잘하기가 쉽지 않아 20년 전만 해도 국민의 영어 실력이 고민이었다. 하지만 영어 공교육을 강화하고 상당수 TV프로그램을 영어로 내보내는 등의 노력을 한 끝에 비영어권 국가 중에 영어가 잘 통하는 나라가 됐다.

▷현재 영어 소통이 가능한 세계 인구는 전체의 4분의 1인 15억 명이지만 조만간 3분의 1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인터넷에서 영어가 사실상의 공용어가 되면서 속도가 붙고 있다. 지금도 한국에서 영어를 잘하는 사람은 직업 선택의 폭이 큰 반면 영어를 못하면 좋은 일자리 취직이 쉽지 않다. 미래 세대는 더욱더 영어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새 정부가 영어로 진행되는 고교 수업을 추진하는 등 영어 교육에 강한 의욕을 보이면서 ‘아직 준비가 안 된 상태’라는 교육계 일부와 힘겨루기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영어 교육 쇄신의 시기가 늦어질수록 피해를 보는 쪽은 저소득층이다. 눈치 빠른 사람들은 자녀 영어 교육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앞으로 영어 하나는 공교육이 책임진다는 원칙을 정부와 교육계가 공유하면서 되도록 시기를 앞당겨야 할 것이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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